가을 지리산
<뱀사골-반야봉-노고단>
언제 : 2005.10.8(토) 맑음
누구와: 홀로 산악회를 따라
주요지점별 거리와 시간: 약 21km (7시간 40분)
반선매표소(12:45) ->2.2km<- 요룡대(13:05) ->6.8km<- 뱀사골대피소(15:00~15:45) ->0.2km<- 화개재(15:53) ->0.8km<- 삼도봉(16:45) ->1.5km(16:57)<- 반야봉(17:04~17:35) -> 1.5km(하산길)(18:21) -> 5.5km <- 노고단 -> 2.5km <- 성삼재(20:25)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지혜로울 지(智), 다를 이(異)를 풀어논 말입니다.
그 말의 진위를 떠나서 참으로 멋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리석은 사람이 지혜로워 질까?
그냥 가면 되려나..
가기만 하면 지혜로워지나?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지리의 천왕봉 정상석에 새겨 진 글이지요.
되세겨 볼수록 감칠 맛나는 말입니다.
이 말 또한 진위를 떠나서 웅지가 느껴집니다..
그럼 지리에 가면 웅지를 품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나?
되던 안되던 어떠랴
지리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그 자체로 만으로도 행복 아니겠는가.
지리산
태어난 곳과 아버님께서 잠들어 계신 곳과 너무도 가까운 산
그러나 자라온 곳과는 멀기만 한 곳이기에 쉽게 접하기가 어려워
일상의 생활 속에 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접하기 어려운 산이고 몇 번의 산행 계획을 세웠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 인연이 쉽게 닺지 않던 산
그러나 많은 산행기를 통해 이미 친숙해져 있는 산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자..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접근하자..라고 생각하고
근처 산악회를 따라 가 보기로 합니다.
산행 전날 아내에게 같이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행의사를 타진하니 몸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이번 산악회에서 가는 반선매표소-화개재-반야봉-노고단 코스는 내심 그리 마음에 드는 코스는 아닙니다.
하지만 반야낙조는 천왕일출,노고운해,벽소명월,피아골단풍,세석철쭉,연하선경,불일폭포,칠선계곡,섬진청류와 함께 지리십경 아니던가.
별도로 계획하지 않는 한 접하기가 어려울 것 같고 일상 생활에 묶여 있어 이번 기회가 아니면 지리산을 가기가 어려울 것 같고 운이 좋으면 이끼폭포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지리산의 품에 안겨 보기로 합니다.
산행 전날 저녁 잔여 좌석이 있음을 확인하고 약속한 장소에 20분전에 나가 전화로 이 곳으로 오고 있음을 확인하고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지 않아 전화를 하니 지나 갔다고 합니다.
에!앵
택시 타고 오면 기다리겠노라 하여 급히 택시를 타고 가보니 버스 한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팜플렛에 표기 되어 있는 지하철 3번 출구가 아닌 4번 출구로 버스가 지나 친 것 입니다.
고의로 그런 것도,나의 실수도 아니지만 어쩌든 나로 인해 잠시 많은 분들이 기다려야만 했었습니다.
반선매표소(12:45) ->2.2km<- 요룡대(13:05) ->6.8km<- 뱀사골대피소(15:00~15:45)
도착 전 차 안에서 산행 대장 역할을 맡으신 분의 간단한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을 듣고 차에서 내려 매표소를 지나 산책길 같은 길이 계속 따라 올라 갑니다.
예상대로 산악회에 오시는 분들은 대개 자주 산을 다니신 분들이라 따라 가기 급급합니다.
지난 주 치악산 산행 후 발목이 약간 통증이 옵니다.
산책길은 주위의 꽃들과 나무와 나무 사이로 들어 오는 햇살 그리고 신선한 공기를 깊숙히 들이 마시며 그 느낌을 온 몸으로 느끼며 한가로이 걸어야 하는 한가한 길인데 오늘 산행길은 경보마라톤 길인가 봅니다.간간이 사진 찍는 시간 내기도 힘듭니다.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주로 하다 보니 산악회 는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산악회 따라 가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 점입니다.오늘도 역시 다른 분들의 산행 스타일에 맞춰 부지런히 따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오기전 이미 한차례 민폐를 끼쳤기에 더 이상의 피해를 드려서는 안되기에 죽자살자 따라가야 합니다.
선두로 가신 분 들 중에 여성 3분이 쳐집니다.
그러나 사진 찍으면서 이 분들 따라 가기도 급급합니다.
여성 한분이 처지고 사진 찍는 동안 앞질러 갑니다.
매표소에서 뱀사골 산장가는 길은 급경사는 거의 없이 순탄한 오르막길,그 대신 거리가 상당합니다.
길은 순탄하여 아이들과 같이 동행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가족 단위로 내려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길은 돌을 밟지 않고 갈 수 없을 정도로 돌이 많고 계곡을 건너는 철제다리도 많습니다.
계곡은 휴식년제가 시행되고 있어 출입금지입니다.
시간이 되면 이끼 폭포를 구경하려 했으나 여유가 나지 않아 언제 또 이 곳으로 오려나 하며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부지런히 올라 뱀사골대피소에서 이릅니다.
산악회에서 준비해오신 재료로 김치찌개로 맛있는 식사와 소주한잔 서로 나눠 한잔씩 합니다.
늦은 점심 식사 후 다시 출발
(위) 출발전 반선매표소
(위) 첫번째 다리 건너자 말자 오른쪽에 다리로
(위) 고무판이 있어 편한 계단
(위)뱀사골 대피소에 있는 안내판
(위)뱀사골대피소를 떠나며
뱀사골대피소(15:00~15:45) ->0.2km<- 화개재(15:53) ->0.8km<- 삼도봉(16:45)
뱀사골 대피소에서 바로 시작되는 계단길
식사와 소주한잔 후의 계단 길에 힘들어 합니다.
벌써 모두 떠나고 계단에서 부부 한팀을 만나고,먼저 가라고 하시기에 먼저 올라 갑니다.
잠시의 평지없는 계단길은 길지 않지만 가뿐 숨과 땀을 토해 내고서야 천왕봉을 가기 위한 토끼봉과 노고단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끝이 납니다.
화개재에는 지리산 건너편 사람들과의 물물교환을 하던 곳이라는 안내판을 디카로 찍고 삼도봉으로 향합니다.
화개재에서 삼도봉으로 가는 길은 목재 계단으로 만들어져 있고 계단 디딤판에는 고무판으로 덮씌어져 있어 엄청 편합니다.
한발 한발 올라 갑니다.
뒤를 돌아 보니 지리 종주시 산객들이 힘들어 하는 토끼봉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그 모습을 내보입니다.
지리산 종주를 하기 위해 그 곳을 지나가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그 때 내 옆에는 안방마님과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니 미소를 지어 봅니다.
산 정상에서의 느낌,그 맛을 아이들은 언제 알려나..
나처럼 사십을 넘어서 알려나..
좀 더 일찍 깨닿게 해주고 싶다.
이 세상 무엇보다 행복한 느낌,어떠한 맛보다 감동적이고 뿌듯함.
하지만 그 맛과 느낌은
땀과 육체적인 고통,희생없이는 느낄 수 없고
고통과 희생에 비례해서 기쁨도 커지는 것을..
그래서 지금의 땀과 육체적인 고통도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 지혜로 터득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주위는 아직 단풍이 이른 모습이고 맞은 편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젊은 이들이 종종 보입니다.
잠시 후 삼도봉에 이르고 산행기에서 많이 보던 삼도봉을 이쪽 저쪽으로 돌며 디카를 찍습니다.위에서 한방 찍습니다.
삼도봉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삼도가 낳은 봉우리에서 전북,경남,전남 천지인 하나됨을 기리다.1998년10월”
삼도에 국한하지 않고 한반도 전체가
아니 지구 전체가 하나가 되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그 날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 날이 올까요..
너무 큰 욕심인가요..
(위)뱀사골 대피소에서 올라온 곳 바로 있는 이정표
(위)화개재 설명
(위)화개재에서 반야봉 가는 길
(위) 반야봉가는 길에 뒤돌아 본 토끼봉
(위) 삼도봉에서
삼도봉 ->1.5km(16:57)<- 반야봉(17:04~17:35) -> 1.5km(하산길)(18:21)
삼도봉에서 가는 길에 반야봉 가는 안내판이 낮게 설치되어 있어 자칫 못보고 지나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야봉으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입니다.
중간 못미쳐 Y자 형태의 길이 나옵니다.
반야봉에서 내려오면 노고단 가는 길과 삼도봉 가는 길로 갈라 지는 곳이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읍니다.
내려올 때 노고단 방향으로 내려 갈 때 주의해야 곘다고 생각하며 올라가니 길은 외길이고 반야봉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시간상으로는 충분할 것 같은데 선두는 쉴지 않고 올라 간 것 같습니다.
어짜피 반야의 낙조를 볼려면 4~50분은 기다려야 하는데..
예상외로 빨리 온 것 같습니다.
좀 여유를 가지며 올라 가도 되지만 조망이 좋은 반야에서 지리를 보고 싶어 속도를 내 봅니다.
드디어 반야봉 정상 1715M
남한 내륙의 가장 높은 지리 천왕봉 1915M보다 낮지만 설악 대청봉 1708M보다 높은 곳입니다.
석탑 하나가 있어 밋밋한 정상에 운치를 채워줍니다.
사진 한방 찍고 사위를 둘러보니 좌측은 푸른하늘에 흰구름이고 그 오른쪽은 잔뜩 물을 먹은 검은 구름이 흰구름과 오버랩되며 그 앞을 가로 막으니 점점 어두워집니다.
반야낙조를 보여 주지 않을 것처럼 검은 구름이 점차 몰려들고
어쩌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뀝니다.
배낭에서 옷,장갑을 꺼내 입고 몸을 움추리며 상황이 달라 지기를 기다려 봅니다.
모두 추워 몸을 움추립니다.
점점 검은 구름이 기승을 부리며 반야 낙조의 희망은 멀어지고..
추위는 더해지고 내려 가자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쉬속에 배낭을 챙겨듭니다.
아! 이 아쉬움!!!
언제 또 이 곳으로 오려나…
(위)점점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위)반야봉 돌탑
(위)점점 구름이 흰구름을 가리며...
(위)반야낙조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에
반야봉(17:04~17:35) -> 1.5km(하산길)(18:21) -> 5.5km <- 노고단 -> 2.5km <- 성삼재(20:25)
이제는 내림길입니다.
땀을 흘리며 올라올 때는 기분이 좋으나 내림길은 아쉬움으로 발이 쉬이 떨어지지 않고 아쉬움을 떨어 내기까지는 마음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주위가 어두워 지는 속도에 따라 산행 속도도 빨라 집니다.
얼마 전 아내가 사준 새 등산화을 신고 왔는데
산죽길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어 조심해서 지나가면 또 나옵니다.
길이 넓은 주능선길로 가기 위해 부지런히 가는데 반대편에서 한분의 여성이 오고 좀 더 가니 또 한분의 여성이 나옵니다.
헉~ 이런 늦은 시간에…
또 남자분 두분이 지나갑니다.아~하 두쌍의 부부 산행 중인가 봅니다.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반야봉에 오른다…대단한 열성입니다.
얼마 올라간 것 같지 않아 금방 주능선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한참 만에야 주능선길이 나옵니다.
탁 트인 하늘에 펼친 스크린에는 푸르스름한 색과 붏은색,진한 노랑,검은색 등의 빛의 잔치가 벌어져 있고 초승달이 떠있습니다.
반야낙조를 보지 못했지만 이 장면으로 대신 하렵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니 바로 유명한 임걸령 샘터가 나옵니다.
아무리 바빠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물은 충분히 남아 있지만 한 바가지 받아 마셔봅니다.
잘 나올지는 모르지만 어둠 속에서 대충 감각에 의존해 디카에 담아 봅니다.
이것이 이 날의 마지막 디카 사진이 됩니다.
반야봉 내려올 때 중간쯤에 같이 내려오신 분과 고노단 산장까지 동행을 해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여 긴 어둠 속의 산행을 합니다.
내려 가는 도중에 알고 보니 서울모대학의 경영대학교 교수님이라고 하십니다.
뱀사골 대피소에서 처음뵐 때 옷차림,행동도 수더분하고 모자의 창도 허름하여 갈기가 돋아 있을 정도로 남루한 모자를 쓰고 계시고 권위적이지 않은 몸가짐에 편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결례가 되지는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껌껌한 밤길 산행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 중 대학의 공급과 사회의 수요가 맞지 않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사실 고급인력의 과잉공급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고 덕분에 국민의 전체적인 수적인 교육수준은 높지만 질적인 교육수준은 어떠한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변덕스런 교육 정책,공교육의 무책임,암기식 위주의 교육,엄청난 사교육비 등등 이런 단어들이 생각납니다.
불필요한 과잉교육은 국력의 낭비이지요.하지만 자식들을 무조건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우리나라 사람의 뿌리깊이 박혀있는 정서가 문제이겠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정서를 가지게 만든 원인이라 생각이 됩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살아 가기에 지장이 없고 꼭 대학을 가야만 하는 사람들만 대학에 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밤늦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생각납니다.행복하냐고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밤늦도록 공부하며 어른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며 고달퍼 하는 모습에서 “사는 것이 행복해요”라고 선 듯 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안개로 도깨비불이 희미하고 등로가 미끄럽지만 부지런히 걸어 갑니다.공터같이 넓은 길이 나와 잠시 길을 잃고 주위를 살피니 노고단입니다.
주위를 살피려다 전등불빛으로 이리저리 휘두르는 바람에 동물들을 놀라게 했을 것 같은 미안함을 느끼고..
잠시 헤매고 난 뒤 울타리 난간이 쳐진 방향으로 잡아 나가니 길이 보입니다.
잠시 후 건장한 사람의 무리가 오릅니다.
어디를 가시냐 물으니 천왕봉간다고 합니다.
허~걱
이 분들이 나를 또 놀랬킵니다.
이 시간에?
어둠 속에 부지런히 걸어가니 노고단 산장이 나오고 성삼재로 향하는 넓은 길에서 하늘을 바라 봅니다.
이 길로 몇 번은 왔지만 오랜 산행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 자주 오고 싶은데…
수많은 별들이 하늘에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습니다.
비록 반야낙조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지리와 가까워졌음에 의미를 두고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채워짐보다 모자름의 의미를 되세겨 보며…
(위)반야봉에서 주능선 들어서자 마자 앞에서 본 하늘
(위)임걸령 셈터<마지막 사진입니다>
허접한 산행기이지만 지리산 산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산에서는 발자국 외에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산행이 되시기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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