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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아름다운 사람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by 사니조은 2013. 7. 29.

 

#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볼 수 없다면...? 

 

 

 

 

28년 전, 남자들도 어려워하는 험준한 산만 골라 타는 한 아가씨가
있었다. 쾌활하고 웃는 목소리가 밝은 미순 씨. 애교까지 많은 그녀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그녀에게 무뚝뚝한 한 남자가
첫눈에 반했다. 2년 반 함께 산을 타는 친구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연인으로, 그렇게 두 사람은 자연스레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소백산에
처음 만나, 제주도 한라산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결혼 후 사랑스런 딸
정현이를 낳았다. 그리고 1년 후,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베체트병에 걸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서서히 시력을 잃다가 10년 정도가 지나면 결국 실명한다고 했다.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그날이 왔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나운서의 양복이 보이지 않더니 자막이 안 보이고, 엘리베이터
숫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 나이 서른아홉,
그녀는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미순 씨에게 시력을 잃어가는 그 십년의
세월은 아픔이었고, 웃음조차 사라지게 했다.

 

 

 

# 어둠의 끝에서, 길을 찾다.

 

그리고 다시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순 씨는 분명 달라졌다.
환하게 웃고, 남편의 직장인 카센터와 집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조금 더디긴 하지만 살림은 여전히 깔끔하고,
식사 준비도 거뜬하다. 물론 그녀 곁에는 언제나 그림자같은 남편이 있다.
길가의 꽃부터 작은 텃밭에 키운 채소들까지 남편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전해준다. 시력을 잃으면서 예민해졌던 그녀도 조금씩 편안해졌고,
집안일은 철저히 분업화 됐다. 물론 애처가 남편이 해야 할 일이 늘었다!

 

 

 

 

 

 

 

 

무엇이 그녀를 달라지게 한 걸까...?
미순 씨는 매일아침저녁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달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자기 안에 갇혀 있던 그녀를
끌어낸 건 마라톤이었다. 어둠 속으로 내딛는 한발 한발,
그렇게 미순 씨는 남편의 손을 잡고 십년을 달려왔다. 그렇게
달리고 나면, 안 보이는 눈으로 사는 세상도 살만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 6박 7일, 622km 마라톤에 도전하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 100km 이상 울트라 마라톤 44회
완주... 부부는 달릴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도전이 부부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종단 622km’ 울트라마라톤-
땅 끝 해남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6박 7일간의 대장정을 완주하면 부부는
‘울트라마라톤 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3년을 기다려온 울트라마라톤. 시작한 첫날부터 폭우다. 빗물에 발은
부르트고, 몸은 무거워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속속 포기자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아내의 손을 놓지 않고 달리는 효근 씨는 아내의 눈이자,
동반주이고 안내자이다. 그런데 마라톤 절반을 지날 무렵, 효근 씨가
부상을 입고 마는데... 십년을 변함없이 아내의 손을 잡아줬던 효근 씨...
앞이 보이지 않는 미순 씨는 이대로 도전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 여보, 이제 내 손을 잡아요!

 

 

 

 

 

 

 

한발 한발- 두렵고 힘들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내 왔다.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준 효근 씨...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은 두 사람...
인생이 끝이 아니기에- 그들은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