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희망이 있어 살만한 세상임을 알려주는 분들
이분들이야 말로 '보이지 않는 대통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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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38명에 장학금, 민정기씨
자신을 위해서는 돈 안 써… 입고 있는 옷·세탁기도 주민센터 직원들이 사 줘
"사회에 모두 환원하고 가라는 아버님 말씀에 따를 뿐"
서울 종로구 필운동 골목길에 들어서자 나무 대문이 두꺼운 구옥(舊屋)이 나왔다. 집 마당엔 낙엽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고, 1.5L짜리 생수병은 꽁꽁 얼어 있었다. 냉장고 문은 붉게 녹슬어 있었고, 그 안에 있는 반찬은 김치뿐이었다. 안방에는 이불과 신문,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방안에선 한기가 느껴졌다.
이 방의 주인은 민정기(77)씨. 최근 30억원 상당의 재산을 장학 재단으로 등기 이전 중인 자산가다. 하지만 민씨가 이날 입고 있던 점퍼와 바지는 모두 인근 주민센터 직원들이 사줬다. 집안의 세탁기와 청소기, TV도 마찬가지였다. 두 달 전 세탁기가 생기기 전까지 민씨는 손빨래를 했다. 김기선 사직동 주민센터장은 "매번 성금을 내시는데 본인한테는 전혀 투자를 안 해 보다 못한 직원들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 회사 생활과 사업을 한 민씨는 1970년 즈음부터 이 집에서 아버지 고(故) 민병욱씨와 살았다. 25년 가까이 한동네에서 산 김종구(61)씨는 "'회사 생활과 장사 때문에 결혼 시기를 놓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형제는 모두 출가했다고 한다. 3남 2녀 중 막내아들인 민씨는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아침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해삼을 사와 논에서 잡은 우렁과 함께 밥상에 올렸다. 아버지가 2003년 병원에 입원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 수발을 들었다. 2005년 초 민씨 본인도 뇌졸중으로 쓰러졌지만 이틀 만에 퇴원해 병구완을 계속했다. 이듬해 어버이날에 그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그는 "내가 무슨 일을 해도 '잘했다'는 말 한 번 안 한 아버지가 훈장을 보여드렸을 때는 눈물을 흘리셨다"며 울먹였다. 아버지는 반년 뒤 세상을 떴다.
- 14일 서울 필운동 자택에서 민정기(77)씨가 아버지 사진을 들고 울먹이고 있다. 아버지를 기리며 최근 30억원이 넘는 재산을 내놓은 그의 방 안에는 주민센터에서 받은 구형 브라운관 TV가 놓여 있었다. /이준헌 기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민씨는 아버지 재산으로 장학 재단을 세웠다. 재단 이름은 아버지 호와 이름을 따 '제봉민병욱장학재단'으로 지었다. 들어간 부동산은 공시지가로 20억원에 달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장학금을 받은 인원만 38명. 1억8335만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민씨는 "'세상에 태어나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평소 뜻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재단 재산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김명좌 법무사는 "민씨가 보유한 땅과 상가를 모두 장학 재단으로 등기 이전하는 중"이라며 "시가로 32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민씨가 재산을 모두 내놓는 건 작년 말부터 건강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씨는 "요즘엔 꿈에서 아버지 모습이 보인다"며 "몸이 더 나빠지기 전에 아버지의 '마지막 유품'인 장학 재단을 제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시 ‘Yes생활민원처리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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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수원시 장안구
정씨가 며칠 전 주방 싱크대의 수도 배관에서 물이 새 시 휴먼콜센터(1899-3300)에 호소하자 이날 찾아온 것이다. 고장은 홈서비스 요원이 탑차에 갖고 있던 새 배관으로 교체하며 끝났다. 30분 만에 일을 마친 요원은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 한 채 다음 현장으로 이동했다.
수원시는 지난 3월 신속한 민원행정서비스를 위해 Yes생활민원처리반을 신설하고 가사홈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처럼 취약계층 집의 수도배관, 하수구, 전기, 창틀 등 사소한 고장을 고쳐주는 민원행정은 수원시가 처음이다.
홈서비스 전용 탑차에는 공구와 사다리 등 작업도구를 갖추고 형광등, 수도꼭지, 문고리 등 교체할 수 있는 부품도 갖고 다닌다. 여름에는 창문 모기장을 많이 갖고 다녔고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문풍지와 창문에 씌우는 비닐이 필수 부품이다.
같은 날 팔달구 인계동 조모(72) 씨 등 할머니 셋이 사는 집에 홈서비스 탑차 3대가 동시에 찾아왔다. 작은 방 도배를 해달라는 민원이었는데 찾아가보니 큰방, 거실도 검게 곰팡이가 슬어 일이 커졌다. 이날 4시간여 작업 끝에 집 전체 도배를 마쳤다.
도배를 하는 동안 지나던 주민들이 들여다보고 한마디씩 남겼다. “시청에서 나왔어요?”,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거군요”, “참 좋은 일 하시네요.” 수원시청 홈서비스 담당 구자율 씨는 “하수구를 뚫고 도배 풀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궂은일을 하다가도 시민들의 칭찬 한마디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홈서비스팀이 찾아갔을 때 조 할머니는 “작은 방은 분홍색으로 해줄 수 있어요?”하고 주문했다. 홈서비스 팀은 “도배지는 기부 받은 것이라 있는 것 중에서 예쁜 색으로 해드릴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조 할머니 집 도배지는 홈서비스 취지에 공감한 수원시 도배지 판매상들이 기부한 것이다.
시가 홈서비스에 들인 비용은 탑차 4대 제작에 2억원, 사회적기업에 맡긴 홈서비스팀 7명 연간 인건비 1억8천만원, 소모품 구입비 8천여만원 등이다. 많은 예산을 들이는 시의 어느 복지사업보다 적은 예산으로 큰 만족을 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시는 올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2천835건 홈서비스 민원을 접수해 2천770건을 처리했다. 하루 평균 20곳을 찾아간다. 도배, 창틀수리 등 집수리가 876건으로 가장 많았고 배관 수리 832건, 전기 수리 661건, 전자기기 수리가 447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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