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0년 봄. 중견 보험회사에 다니던
4년 뒤 아이가 생기면서 습하고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에서 벗어나기로 했지만, 당장 집을 사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당시 20평형대 집을 사려면 최소 5,000만원 이상 대출을 받아야 됐죠. 아이 때문에 아내도 일을 그만뒀는데 대출금을 다달이 갚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전세금 4,700만원에 인근 다가구주택 2층으로 옮겼다. 비록 내 집 마련의 꿈은 뒤로 미뤘지만, 반지하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집을 살 때마다 번번이 고심했지만, 그 때마다 내린 결론 역시 "조금만 더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조금만'은 곧 '기약 없이'로 바뀌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며 1억원 남짓하던 아파트가 순식간에 3억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김씨는 "부동산중개업소를 지날 때마다 멍하니 시세표를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고 했다. 지금 김씨는 전세금 1억3,000만원에
"그 때 집을 샀더라면…" 세입자들이라면 누구나 몇 번쯤 이런 후회를 하곤 한다. 내 집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극빈층이야 논외라 쳐도, 빚이 두려워 내 집 마련을 미뤄왔던 이들에겐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곧 좌절감이 됐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1평형) 가격은 2001년 3억원에도 채 못 미쳤다. 한 때 10억원을 훌쩍 넘었다가 지금은 많이 떨어졌다지만 그래도 9억원이 넘는 수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5억원 이상 더 뛴 셈이다.
이러니 우리 사회에서 '집'은 소득 양극화보다 더 극심한 자산 양극화의 주범일 수밖에 없다. 똑 같은 돈을 번다고 해도 집이 있느냐 없느냐, 또 집이 몇 채가 있느냐에 따라 빈부가 확연히 갈라지고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중ㆍ고령자 가구(가구주 연령 50세 이상)의 자산분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상위 3분의 1 계층에 순자산(총자산-총부채)의 82.2%, 부동산자산의 79.2%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10%가 순자산(49.3%)과 부동산자산(49.0%)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2000년 남편이 지방(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발령나는 바람에 전세 생활을 시작한
요즘 집값이 급락한다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우성에 한씨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이 참에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확 꺼졌으면 좋겠어요. 집이 빈부를 가르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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