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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법정스님

by 사니조은 2010. 3. 12.

열반한 법정 스님과 ‘해임’된 명진 스님

                                          # 무소유를 실천한 생전의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11일 한국 불교계는 두 큰스님을 잃었다.

한 분은 글과 법문으로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일깨우던 법정 스님(78)이다.

스님은 1년 전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한 평생 무소유(無所有)를 실천하며

우리 사회를 비추던 등불이자 정신적 스승이었다.

스님의 궂긴 소식을 접한 가톨릭 신자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물질만능의 시대에 스님의 말씀과 삶은 하나라도 더 가지려 발버둥치는

인간의 탐욕(貪慾)과 어리석음(無明)을 일깨우던 죽비소리였다”면서 이렇게 애도했다.

“진흙탕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살다 가신 법정 스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다 가신 법정 스님.

스님은 떠나셨어도 스님이 계셨던 자리에는 스님의 말씀과 향취가 오랫동안 오롯하게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는 법정스님이 책으로, 법문으로 일러주었던 아름다운 문장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또한 그리움은, 아마도 애타는 마음이 되어 스님 닮은 말씀과 문장을 찾아 헤매게 할 것입니다.”

70년대에 출간된 스님의 책 <무소유>는 179쇄를 거듭한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무소유>를 읽은 뒤에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고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법랍 55세인 스님이 무소유의 글만 남긴 것은 아니다.

스님은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현실 참여자였다.

 스님은 70년대초 서울 삼섬동 봉은사 봉은사 다래헌에 머물며 함석헌 선생, 문익확 목사 등과 함께

민주화운동에 힘을 보탰으며 유신 철폐 개헌 서명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구상을 질타하기도 했다.

불교계에 따르면 법정스님은 제주도 등지에서 요양하다가 입원 중이던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날 퇴원, 자신이 창건한 서울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반에 들었다.

법정스님은 3년 전부터 폐암으로 투병생활을 해왔다.

             # 2월 25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명진 스님(봉은사 주지)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이 김당 국장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다른 한 분은 말씀과 법문으로 권력자의 어리석음과 성찰 없음을 일깨우던 명진(明眞·60) 스님이다.

한국 불교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은 임시 중앙종회(종단 입법기구) 마지막 날인 11일

서울 강남의 대표적 사찰인 봉은사(주지 명진)를 직영사찰로 지정했다.

직영사찰이란 조계종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를 맡아 인사와 재정, 포교 등을 직접 관장하는 사찰이다.

대외적으로는 주지 스님이 따로 있지만 종법상 그는 재산관리인일 뿐이고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현재 서울 조계사, 대구 선본사, 강화 보문사 등 3곳이 조계종 직영사찰로 지정돼 있다.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한 조계종의 명분은 ‘수도권 포교 강화’다.

그러나 봉은사 측에서는 세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첫 번째는 조계종 내부 재정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봉은사는 20여만 명이 신도로 등록돼 있고 지난해 예산 규모는 130여억원에 달했다.

총무원이 주지 임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영사찰 확대는 재정 확대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다.

두 번째는 ‘잠재적 경쟁자’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 불전함 관리를 신도회에 맡기고, 사찰 예산과 재정 관리도

모두 공개하는 투명 운영시스템으로 유력한 개혁성향의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세 번째는 현 정권과 한나라당의 텃밭인 강남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명진 스님을 축출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봉은사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볼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종단의 운영 방침으로 ‘소통과 화합’을 내건 현 총무원 집행부가 봉은사 신도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한 마디 상의나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직영사찰로 결정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신도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명진 스님은 이명박 정부 출범 2주년 기념일인 지난 2월 25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성찰 없는 짐승 같은 삶을 살지 말라’고 충고했다.

"기쁨은 슬픔으로부터 오고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온다.

불행은 불행이 아니고 (오히려) 만족해서 성찰이 없는 삶을 나는 짐승 같은 삶이라고 본다."

명진 스님의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다.

명진 스님은 주변에 “임기 때까지는 남은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25일 저녁식사 자리에서 필자가 “이명박 정부 생일에 이렇게 쓴소리를 해도 괜찮겠냐”고 묻자,

스님은 호방하게 웃으며 “그래도 조계종이 가톨릭보다 통이 크다”면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용산참사 해결에 앞장선) 전종훈 신부는 아직 본당도 없고,

함세웅 신부는 보좌신부도 없는 작은 성당에 계신다"고 뼈 있는 말을 건넸다.

몇해 전에 신정아 사건 당시 <신동아>에서 '한국 불교,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사판승(事判僧) 찾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조계종이 가톨릭보다 통이 크다'는 스님의 생각은 아무래도 틀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