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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사회적 기업

by 사니조은 2009. 1. 7.

알콜중독, 노숙, 사회적 기업대표!

인권 여행 2009/01/07 09:10 꺄르르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목적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수익창출을 하는 조직을 말해요. 한마디로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지요. 사회에 좋은 일 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기업을 말해요.

 

일하는 김동남 대표 @짜로사랑

사회적 기업은 199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더햄(Durham)에서 시작했어요. 케빈 맥도널드는 약물 중독자들을 위한 장기 주거 재활 프로그램인 트로사(TROSA)을 만들었는데, 운영비 마련과 직업 훈련의 목적으로 이사전문기업 '트로사 무빙'을 만들면서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지요. 그렇게 서구에서는 활발하게 생겼으나. 한국은 뒤늦게 2007년부터 7월부터 사회적 기업 지원 법안이 시행되면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짜로사랑’은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홈페이지에서 국내 사례로 소개될 만큼 유명한 사회적 기업이지요. 100% 국산 콩만을 사용하고 2003년 4월부터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에 납품을 하면서 자활을 하는 조직이었지요. 2006년에 일반 1명, 차상위 3명, 기초생활보장 수급자5명으로 완전 자립공동체를 형성하고 해마다 발전을 하고 있지요.

 

그보다 인상 깊은 것은 ‘짜로사랑’ 김동남 대표의 인생이야기에요. 알콜중독, 노숙생활을 거쳐 사회적 기업 대표가 되었더군요. 1월 6일 수원에 있는 짜로사랑을 찾아 김동남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그 눈에는 그렁그렁한 감정이 얘기하는 내내 맺혀있었습니다.

 

“이대로 술 먹다가 쓰러져서 허망하게 죽을 것이냐?”

 

-노숙생활이나 사회취약계층으로 떨어지면 좀처럼 회복하기가 힘든 현실입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있으신지요?

“제가 지나온 세월이 암울한 세월이었죠, 고통 받는 세월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환한 빛의 세상보다는 어둠속에서 헤매는 그런 삶을 살았지요. 자활 쉼터까지 들어가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이었지요. 술도 말술이었고…

 

그런 상태에서, 이대로 동물이나 벌레들처럼 술 먹다가 쓰러져서 허망하게 죽을 것이냐, 아니면 이렇게 비록 조그만지만 자활사업, 이 일을 통해서 내가 뭔가 이 사회를 위해서 뜻이 있는 일을 해볼 것인가, 저는 쓸모없는 인간이었고 사회에서 손가락 받는 인간으로 살아왔지만, 마지막 남은 인생을 기쁨으로 땀방울을 흘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지 않겠느냐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콩으로 두부를 만든다는 것이 우리 농촌을 살린다는 취지니 ‘나는 노동운동하는 운동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딱 머릿속에 들어온다는 애기죠. 제품을 만들 때 수입 콩이니 농약, 방부제를 들어갔지요. 저희는 우리콩으로 만드니 도시민들에게 건강식품공급하고 건강한생활주는 거 아니냐, 나처럼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 열심히 일하는 모습 보여줄 을 때 희망을 주는 활동가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고통만주고 피해만 줬는데 속죄하는 마음이었지요. 인생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면서 남은 인생은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살고픈 마음이 들면서부터 술을 안마시게 된 것이죠.“

 

-현실을 둘러보면 선생님처럼 그런 다짐이나 의욕 갖기가 참 어렵습니다.

“제가 20대 때부터 알콜중독이었어요. 부모님 말씀도 안 듣고, 부모님들이나 친지, 형제들에게 눈물만 주었지요. 누가 말린다고 되지 않아요. 자기가 깨우칠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을 그때 잘 잡아주느냐가 중요하더라고요.

 

언제 그 사람이 또 무너질지 모르지만, 정말로 살아보겠다고 했을 때 곁에서 그 사람 보조를 맞춰주고 이끌어주고, 희망의 빛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역할, 우리는 이런게 안 되어있어요. 마음잡고 일하면 쟤, 며칠이나 갈까, 이런 식이에요. 포기하면 '저럴 줄 알았어,' 이럽니다.

 

“노숙인들, 마음이 돌아오려고 할 때 붙잡을 수 있어야”

 

중독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실패하면, ‘역부족 이었나보다, 지금 쓰러졌지만 다시 할 수 있다, 희망이 있다, 분명히 다시 할 수 있어.’ 이러한 믿음을 주고 계기를 줘야 해요. 그런 게 안 되어있다는 거죠. 우린 그냥 빈익빈 부익부처럼 도 아니면 모로 되어 있어 그런 사회 지원이나 인식이 안 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거 하지 말아라, 안된다, 안된다. 술먹지 말아라. 이게 귀에 들어오겠냐는 거죠. 자기는 그 생활에 빠져있데, 거기서 나오게끔 해줘야 하는 거죠. 그리고 마음이 돌아오려고 했을 때, 잘못했다고 느꼈을 때 어떻게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된다는 거죠.“

 

 

-혼자서 다시 일어서기는 힘들군요.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20대 때는 알콜 중독이었다가 30대에 술도 끊고 10년 열심히 살았어요. 내 가족들에게 죄송했던 마음, 미안했던 마음이 들었고 지금까지 고생을 시켰건만, 우리도 한번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물질적으로 크게 잘 버는 게 아니라 작지만 우리 안에서, 주어진 거에서 행복 찾으려 했지요.

 

초창기에는 그랬는데 다시 술 먹게 되었어요, 조금씩 생활이 나아지면서 물질이 더 많은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내가 힘들고 어려웠던 모습들을 돌아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IMF터지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거야, 다른 놈들은 땅투기로 뭐니 해서 돈 많이 버는데, 나는 능력껏 일했는데 이것밖에 못 사냐, 20대 때 원망하던 것이 다시 나오고, 염세주의적으로 다시 빠지고…

 

에이, 10년 동안 열심히 잘 산다고 해봤자 이 모양이고 20대 때 술에 빠져서 살아도 거기서 거긴데,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냐는 생각이 든 거죠. 일으켜 세우는데는 10-20년 걸리지만 망가지는 건 한 순간이지요. 술을 입에 대기시작하면서 박살나기 시작한 거죠. 그런 부분들이 잡아줘야 한다는 거죠. 곁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지킬 수 있게.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신이라고 해야 할까. 마음 속 선의가 강력히 작용했어요. 내가 열심히만 하면 될 수 있겠다는 희망 있었어요. 실질적으로 주변에서 여건을 도와줬고 내가 여기에서 살아야겠다는 조건이 되어있었지요. 열심히 일하게 된 것이죠.

 

내가 잘못 살았다는 반성,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목적의식,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계획, 이런 것들이 나를 지탱해줬고 이렇게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네요.“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목적의식,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계획”

 

-노숙할 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제가 역에서 노숙하지 않고 술 마시다가 공원에서 쓰러져 자고 그랬지요.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그게 인생 최고인줄 알았어요. 돈 떨어지면 막노동하여서 몇 만원 받을 수 있잖아요. 일용직 품 팔면 그 돈 받아서 소주하고 과자 몇 봉지 사다놓고 음료수 사다놓고 먹는 거예요. 마시지 않으면 안 되니까, 좋으니까, 죽으면 그만이지 하는 마음이었어요. 포기였죠. 절망이었죠.

 

눈을 뜨면 무조건 술부터 마셨어요. 세지는 않아도 소주 2홉들이 2병 정도는 아침에 기본으로 먹었어요. 글라스나 대접에 따라서 냉수 마시듯 그런 식으로 먹었어요. 목마르면 냉수 마시듯 마시고 입 쓱 닦고, 그러다 술기운이 올라오면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오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손이 떨리다든가, 어디 가서 일을 할려고 해도 일을 못하죠. 작은 슈퍼 가서 소주 한 병마시고, 한 병만으로 안 되면 다시 한두 병 먹고, 그래야 밥도 먹을 수 있고, 그랬죠.“  

 

 

-술을 끊으실 때 힘드시고 괴로우셨을 텐데요.

“안 먹어야했다 생각해도 수전증이라든지, 음식물을 못 먹으니까, 뭐가 속에서 올라오고, 토하고, 그랬어요. 밥을 못 먹으니까 온몸에 땀이 나고 기가 떨어져 못 움직이고, 내가 저 술한 잔만 먹으면 팔짝 일어날 테데, 그런 생각 들죠.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지 않으면 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다. 난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왜? 내 안에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잡혀져 있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술이 싫어지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딱 잡힌 이후로는.

 

마음이 되게 중요해요. 알콜 중독자 치료모임, AA모임도 나가서, 술을 마시지 맙시다. 서로 얘기도 해봤는데 저는 그런 쪽에 잘 안 맞더라고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음 안에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하고자했을 때 주위에서 잡아줄 수 있는 것이에요. 가족들이나 사람들이 어떻게 끌어주느냐,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행동이나 그런 것 때문에 방치하고 그대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이 정말로 사회 적응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끌어줄 것이냐, 이게 중요하지요.“

 

“절망은 누구한테나 있는 법, 포기하지 마세요.”

 

-절망을 겪었던 사람으로서 지금, 어려움 있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절망은 누구한테나 있는 법이죠. 행복과 불행은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이죠. 내가 가진 거 없이 길거리 노숙자가 되어서 풀밭에 누워서 깡소주를 마셔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얘기죠. 아무리 물질적 재산을 가져도 권력이나 힘이 있다 한들 내가 불행하다 생각하면 한없이 불행하다는 거죠.

 

직장을 잃고, 가정 파탄되고 길거리노숙이 되었거나 생활고에 힘들어도, 절망하지 말자는 거죠. 새로운 희망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거니까. 다시 그 누구의 도움 받지 않았던 그런 마음으로 시작해보자는 거죠. 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부와 축적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으니까 없어져버렸으니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거죠. 하나하나 다시 만들어 가면 되는 거죠. 그러면 다시 빛이 보이고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길이 보일 거예요.

 

하지만 절망만 하고 푸념만 하면 그 안에서 헤어날 수 없는 거죠. 그 누가 돌봐주지 않는다는 거죠. 돌봐줄 수는 있겠죠. 노숙인 쉼터가 많지만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은 오로지 자기가 개척해야하는 거죠.

 

지구는 무대이고 인생은 연기이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맞아요. 내가 이런 무대 위에서 주연이 되느냐 조연이 되느냐는 나에게 달려있는 거죠. 내가 개척하면 내가 주인공이 되는 거죠. 옆에서 좋은 말은 해줄 수 있지요. 그러나 실제로 행동하는 건 자기에게 달렸다는 거죠.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그 어떤 악조건에서도 나는 살아날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얼마든지 도와주는 사람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김동남 대표의 얘기를 들으면서 저도 마음 한편이 뜨거워졌습니다. 술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알콜중독에 빠졌으나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기에 술 끊은 이야기는 가슴 뭉클하네요. 그리고 절망은 누구한테나 있기에 포기하지 말라는 외침은 오랫동안 여운을 주네요.

 

시대가 어렵습니다. 경제위기로 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지하철역에 골판지상자에 바람을 막으며 누워계신 분들이 부쩍 늘어나고 계십니다. 그들이 한번 실패했을 때 주변에서, 사회에서 붙잡아주었으면 노숙인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거리로 나가지 않게 사회에서 도와주고 쓰러졌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한국 사회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