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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짤려질뻐한 땅끝기맥 이야기,,,제2의 자병산이 나올뻔,,,

by 사니조은 2008. 11. 1.
해남군 투자유치 조급증… '백두대간 기맥' 끊을 뻔
'생태보전구역' 모르고 공장부지로 매각했다 계약해지 소동

해남=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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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군이 투자유치에 눈이 멀어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백두대간에서 뻗어나온 '땅끝기맥(岐脈)'을 끊어버릴 뻔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황토개발업체에 공장부지로 매각한 임야가 보전가치가 높은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인 땅끝기맥인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이 업체가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며 계약해지를 요청하자 뒤늦게 매각대금을 되돌려 주는 소동을 벌였다.

해남군이 5월 중순 황토대리석과 황토마루 등 황토를 이용한 친환경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H황토기술개발㈜에 공장부지와 토사채취장용으로 2억2,450여 만원을 받고 팔아 넘긴 군유지는 현산면 월송리 산 32의5와 북평면 남창리 산 125의1 등 모두 19만8,348㎡(6만여 평).

군은 지난해 말 황토개발 관련 특허기술을 보유한 H개발 측이 "공장을 세우면 황토관련 제품 생산업체 20여 개를 데리고 입주할 수 있다"는 솔깃한 사업계획을 내놓자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공장부지를 직접 물색해 제공했다.

당초 군은 공장설립에 따른 고용창출과 세수증대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임야 48만3,700여㎡(16만여 평)를 H개발 측에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군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매각 면적을 축소했다. 군이 매각한 공장부지에는 향후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황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H개발 측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지는 공장을 세울 수 없는 땅끝기맥이었다. 토지매입을 마친 H개발 측이 9월 말 개발사업을 위해 환경영향평가 전문업체에 사전 환경성 검토를 의뢰한 결과, 이 곳이 백두대간의 땅끝기맥에 속해 있어 각종 개발행위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땅끝기맥은 백두대간 호남정맥 바람재(전남 화순군)에서 갈라져 해남 땅끝마을로 이어지는 123㎞의 산줄기로, 암릉(바위능선)구간이 많아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경관이 수려해 환경부가 보전이 필요한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권고를 토대로 사전 환경성 검토 시 국내 주요 산줄기의 경우 백두대간은 능선축으로부터 좌우 700m, 정맥은 300m, 기맥은 150m 정도를 보호지역으로 설정해 이 지역에서의 개발사업을 제한하는 협의의견을 내고 있다.

H개발 관계자는 "현행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로 보면 공장부지는 백두대간 보호지역이 아니지만 환경부가 사전 환경성 검토 업무편람을 근거로 사업 불가의견을 낼 경우 사실상 공장건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매각한 부지를 포함해 그 일대가 백두대간의 땅끝지맥에 속하는지 몰랐다"며 "매각 당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도 검토했지만 정맥이나 기맥에 대한 별다른 제한내용이 없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8/11/01 02:5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