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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테마산행/설악산

첫경험 무박 설악산

by 사니조은 2007. 8. 3.

 

첫경험 무박 설악산

 

 

 

언제 : 2004.10.02 am03:00 - 2004.10.03 pm18;00

누구랑 : 아내, 산오름 산악 회원분들과 함께

날씨 : 청명한 가을 하늘,시원한 바람

산행코스 : 인원이 많아 A조,B조 나누어 진행

 

1코스(A조) : 설악동(am 04:00) – 비선대 – 마등령 – 공룡능선 – 희운각대피소

(am 12:20) –천불동 계곡--비선대—소공원

2코스(B조) : 한계령(am 03:00)--갈림길--끝청—중청대피소(am09:30)--소청—

희운각대피소(12:00)—천불동 계곡--비선대—소공원(18:00)

 

    ** A조,B조 희운각 대피소에서 합류

 

산행거리 : 약 19.3km (B조)

산행시간 : 15시간 (식사 시간 포함)

 

 

 

산이라고는 작년 처음 병원이라면 소독 냄새도 싫어하던 사람이 우연찮게 입원까지 하게 된 신세가 된 뒤 해외여행은 아니더라도 자주 가던 장거리 가족 여행을 가기가 꺼려 지고 해서 시작한 산오름 재미로 주말마다 근처 관악산을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난 9월초 관악산에 같이 간 적이 있는 아내의 고향 친구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산오름 산악회를 따라 난생 처음 설악산을 오르게 되었다.

물론 지난 해인가는 울산바위를 간적이 있었지만 등산 여행은 아니었다.

 

산을 즐기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많은 공기,시원한 바람

도또리 주워 먹는 다람쥐의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다정해 보이는 식구들의 모습

계절의 사시사철 변함을 시각으로 뇌에 전달함으로써 느끼는 다양한 느낌들

그리고 가끔 우연찮게 산에 떨어진 밤을 줍는 기쁨

갓 길에 피어난 이름 모를 작은 꽃들

낑낑거리며 산에 오른 후 먹는 즐거움

푸르면 푸른 모습 그대로,잎이 다 떨어진 숲은 벌거벗은 그 모습 그대로

정말

산은

자연은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꽁짜(?)로 준다.

 

한 가정을 꾸리기 전에도 산에 오를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정상을 오른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산과는 친하지 않았지만 설악산 대청봉은 언젠가는 한번 가고 싶다는 무의식중의 잠재의식을 언제나 가지고 있던 나에게 그 기회가 왔다.

하지만 10여시간을 걸어 다녀야 하는 힘든 산행을 내가 해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아내도 걱정이 앞서는 듯한 모습이 역역하다.

지금이라도 회비들 돌려 받으면 가지 않을 태세다.

 

격주 휴무를 실시하고 있는 회사의 오전 근무를 마치고 대청봉을 향한 준비물을 준비한 후 사당역에서 오후 08:40분에 만나기로 하여 시간 맞춰 나오니 밤공기가 차갑다.

오늘 새벽 대청봉에 첫 얼음이 얼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보통 간단한 등산 차림을 했던 것과는 달리 무박으로 하는 등산 가방의 중량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그리고 그 중압감은 이내 마음으로 전달되었다.

버스 한대에 2번째 정거장 잠실역 이르니 빈 의자가 없었다.

차안에서 잠을 잘 계획은 차안에서의 등산 코스 안내와 조편성, 등산객들의 간단한 자신 소개,간단한 등산 기념물 증정 그리고 식사 등으로 1시간 여 잔 것 같다.

A조와 B조로 나뉘고 내가 속한 B조는 한계령에서 간단한 인원 점검,어둠 속에서 약간의 추위,잠시 후의 있을 산행의 즐거움과 체력적 고통 등을 생각하고 있는 순간 앞열이 움직였다.

새벽 3:00였다.

처음부터 시작된 계단 오름길은 등산객들로 더디게 진행되었고 추위에 움추리며 한발 한발 내딪다가 어느 순간부터 오름이 시작되었다.

기나긴 등산객의 행렬,줄줄이 연이은 전등 불빛

이 행렬에서는 낙오되서는 안된다는 중압감으로 나와 아내는 가뿐 숨을 헐떡이며 올랐다.

우리 산악회원의 표시인 둥근 야광찌를 등산가방 뒤에 단 등산객들이 보이지 않았다.

초보인 우리가 꼴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어차피 끝나는 종점은 같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힘들어 보이는 아내를 위해 좀 쉬어 가자는 제안을 했으나 아내는 처지면 안된다고 말하며 힘든 기색으로 계속 오른다.

나 보다 체력이 더 좋은 것 같다.

사실 내가 힘들어 아내 핑계로 쉴까 했는데 실패다.

잠시 오르다 잠시 등산 장비를 정리하려고 앉아 있는데 후미 등산보호 역할을 하시는 어떤 분의 묵직하고도 야속한 목소리

여기서 쉬면 안됩니다. 일어나 올라요

올라 가면서 !! 왜 이 고생은 사서 하지라는 생각과 정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오간다.

오름 길의 스틱이 익숙치를 않아서 그런 지 영 거추장 거린다.

힘들어 더 이상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자 다행히 행렬이 잠시 머믓거린다.

또 막힌 것이다.

줄줄이 막힌 좁은 등산로 길을 어둠 속에서 성질 급한 사람들이 위험하게 옆 길로 치고 간다.

천천히 가자고,빨리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어?하며 핀잔을 주는 소리가 들린다.

정상에 올라 해오름을 보고 싶었던 나의 희망은 더딘 진행으로 물거품이 되고 여명이 어둠속을 뚥고 길을 연다.

 

한계령을 출발 서북능선을 향하는 등산객들

 

몇 번의 가쁜 오름과 더딘 오름 속에 어느 듯 서북능선과 귀때기청의 갈림길에 이른 듯하였고 대청봉 방향으로 계속 향한다.

사실 우리는 갈림길에 왔는 지 이쯤이 어디인지 모르고 앞 사람을 따라 갈 뿐이다.

다행히 갈림길에서 귀때기청보다는 대청봉 방향으로 가는 행렬이 많아 묻어서 가다 보니 엉뚱한 곳으로 가지는 않았을 뿐이다.

순탄하면서도 기나긴 서북능선을 따라 가면서도 힘들어 제대로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 같다.

걸어가면서 어느 정도 심호흡도 가다듬을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되어야만 주마간상도 하지 않겠는가?

그런 와중에서도 간혹 보이는 설악산의 절경은 그렇게 힘든 많큼 나에게 그만한 기쁨을 준다.

 

아 이거로구나……

이 기쁨 이 감동을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생고생을 하면서 산에 오르나 보다

대청봉을 향한 능선길을 타면서 지나온 서북 능선을 보니 산아래 운해가 보인다.

운해

정말 그 말을 어느 누가 만들었는 지 모르지만 그 보다 적합한 말이 있으려나

그 운해를 보는 순간 정말 구름 바다로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렇게 먼길을 우리가 걸어 왔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바닥의 큼직 큼직한 돌들이 물먹은 표토흙이 묻어 미끄럽기도 하고,표토 밖으로 나온 나무뿌리를 밟아 수차례 엉덩방아를 찢기도 하지만 별 상처는 없다.

 

서북능선에서 본 운해 1

 

서북능선에서 본 운해 2

 

어느 순간 힘들게 언덕을 오르자 반대편의 어느 등산객이 좀만 올라가면 끝청입니다라고 하여 여기가 어디쯤인가를 감잡는다.

 

끝청에서 중청으로 가는 사이길에 있는 멋쟁이 나무

 

끝청에 가니 바닥에 불쑥불쑥 튀어 오는 돌가시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청과 대청이 보였다.

 

이제 오늘 등산길 여정의 반쯤 왔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고 계속 길을 가는 도중 일부 등산객들이 뛰어 왔다 뛰어 간다.

무엇이 급한 걸까?

드디어 중청 대피소에 가니 우리 산악회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다행히 우리가 꼴찌는 아닌 듯했다.

오전 9:30

중청 대피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대청봉을 오르고 있었다.

가지고 온 주먹밥,컵라면 그리고 식사 후 커피 한잔을 마신 후 오전 10시경 희운각 대피소 방향으로 향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룡능선,희운각 대피소 방향의 2명 정도가 지나가는 등산로를 지나기 위해 줄줄이 연이어 더디게 가고 있다.

마치 고향을 가지 위한 교통 체증처럼 더딘 진행 속에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두사람 정도가 지날 갈 수 있는 좁은 길,또 대여섯명이 지나 갈 수 있는 넓은 길,가파른 좁은 길, 역방향 등산객을 위한 길을 열어 주기 위해 몸을 비트는 혼란 속에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다닥 다닥 붙어 더딘 진행을 한다.

 

 

 

 

 

대청봉,중청봉 대피소,헬리콥터 그리고 구름

 

대청봉을 향하여 가고 있는 등산객들

중청에서 희운가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지체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여기저기서 시끌시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사람들이 없던 등산로를 만들며 잔나무가지를 해치며 새치기를 하자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는 등산객과 새치기 등산객 사이의 말싸움이 벌어진다.

호된 꾸중 소리,걸죽한 욕설과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 속에 주고 받는 말싸움이 오간다.

주위를 돌아보니 창원,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와서 그런지 사투리,억양이 말싸움에 묻어나

가끔 주변을 웃긴다.

이렇게 희운각을 가기 위해 예정 시간 보다 늦어진 것 같다.

그렇게 밀린 이유는 나중에 알았다.

넓은 길에서 갑자기 한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길 때문이었었다.

반대편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들에게 등산로를 내주기 위해 희한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몸을 옆 사람에게 기대기도 한다.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등산객과 설악동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의 등산 오르내림이 여의치 않았다.

 

 

중청에서 희운각으로 가는 도중 한 컷 

 

더딘 진행,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한사람이 다닐 수 있는 등산로를 어렵게 통과하자 가파른 경사로가 나오며 다소 길이 띄이자 내달려 희운각에 도착하니 오전 12:00시

희운각에서 점심을 하고 있는 동안 설악동,공룡능선을 탄 A조가 합류한다.

무사히 한 사람 낙오자 없이 합류하게 되어 다행스럽다.

대피소에 있는 화장실은 만원이었고 여자 화장실은 길게 줄을 이었다.

다소 여유가 있는 남자화장실에 일부 여성들이 체면도 버리고 일을 보고 간다.

힘이 들어 지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은 것 같아 햇반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아내와 간단하게 몇 점의 뛰김 닭,사과,커피로 떼운다.

계속된 산행에 아내가 걱정이다.

그런 아내는 오히려 나를 걱정한다.

 

산을 타는 것보다는 산행을 하면서 이곳 저곳 구경하는 것을 좋아 하던 우리에게 또 볼만한 설악산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불동 계곡

 

기암괴석이 만들어 낸 천개의 불상 천불동

웅장히 솟은 기암괴석과 단풍,하늘를 향해 미끈하게 쫙 솟은 나무,끈임없이 흐르는 계곡물 등이 만들어 낸 온갖 울끗불끗한색과 자연광이 만들어 내는 색의 조화

아무대나 디카를 들이대면 한 컷의 예술 사진이 나온다.

 

 

 

 

 

 

 

천불동 계곡과 비선대를 지나는 약 8km에 이르는 계곡길을 걸어 내려오니 어느 듯 시간은 오후 6시에 이른다.

아내도 하산길 내내 힘든 모습이었으나 밝은 표정으로 만족한 모습이다.

많은 인파 그리고 막힌 등산로 그리고 힘들어 한 때 설악산에 오고 싶지 않다고 투정을 부렸으나 이 글을 정리하면서도 한순간의 짦은 기쁨과 감동을 위한 10시간이 넘는 고행을 또 마다 않고 또 하고 싶다.

 

산을 즐기는 것이 좋아

산오름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터넷을 뒤적뒤적이며 읽은 산행기에서 무박으로 지리산 태백종주하는 탁월한 체력과 남다른 인내심,자제력을 가진 분들,탁월한 문장력과 지식을 가지고 글과 사진으로 자신의 산행기를 올리는 것을 보고 감탄과 부러웠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는.

그 순간이 왔다.

바람이 있으면 결실도 있다.

 

비록 맟춤법, 띄워쓰기도 엉망이고 글쓰는 솜씨 또한 서툴러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엄청난 이 설악산 산행 경험을 그냥 세월 흐름 속에 잊혀지고 싶지 않아서 이 글을 써 본다.

그리고 힘든 산행을 잘 참고 같이 동행한 아내

그리고 잠시 이산의 아픔(?)을 겪은 아이들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