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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저장하는 신비한 액체의 정체

by 사니조은 2022. 5. 4.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원할 때 전기를 생산하는 액체가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밤낮 구별 없이, 날씨에 상관없이 태양에너지를 전기로 만들어 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웨덴 찰머스공대의 카스퍼 모스풀센(Kasper Moth-Poulsen) 교수팀이 태양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원할 때 전기를 생산하는 액체를 개발한 덕분이다. 저장된 태양에너지를 간단한 반응을 통해 언제든 열로 전환해 전기로 만들 수 있어 광범위한 장치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태양에너지 저장하는 화학장치 개발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빛은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측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발전(發電)하기에 일조량이 충분히 많은 지역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태양광발전은 하루 중에서도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낮으로만 제한되며, 계절에 따른 제약도 있다. 발전 시설비 또한 높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태양에너지를 미리 어딘가에 저장해놓고 꺼내 쓸 순 없을까. 스웨덴 찰머스공대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에너지의 화학적 저장 연구를 약 10년 동안 해왔다. 태양에너지는 무한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지만 효율적으로 장기 저장이 힘들다.

오랜 모색 끝에 연구팀은 최근 그 방법을 찾아냈다. 햇빛의 전체 스펙트럼을 포착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수확하고, 초과분은 분자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할 수 있는 액체를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액체는 MOST(MOlecular Solar Thermal)라고 불린다. 이 액체는 탄소와 수소, 질소로 구성된 노르보르나딘(norbornadiene)이라는 특수 화합물이다. 2013년에 처음 개념이 공개되었는데, 화학반응의 형태로 태양에너지를 직접 저장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액체 화합물이 햇빛을 받으면 구성 원자나 수는 똑같다. 하지만 공간 배열이 달라지면서 이성질체가 된다. 이성질체란 분자식은 같으나 분자 내에 있는 구성 원자의 연결방식이나 공간 배열이 동일하지 않은 화합물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구팀이 만든 액체에 햇빛이 닿으면 분자 결합이 재배열된다. 액체가 투명한 관을 통해 흘러갈 때 태양에서 나온 자외선이 액체 분자를 흥분시켜 액체에 있는 탄소·수소·질소의 분자 결합을 재배열해서 노르보르나딘 화합물을 쿼드리시클란(quadricyclane)이라는 형태로 변화시킨다. 이때 쿼드리시클란은 태양에너지를 강한 화학결합으로 묶어두기 때문에 에너지가 포획돼 저장된다. 마치 사냥꾼 덫에 잡힌 먹이처럼 태양에너지를 꽉 물고 놓지 않는 것이다. 상온으로 액체 온도가 떨어져도 그 형태 그대로 최대 18년 동안 저장할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가 필요할 때 쿼드리시클란을 코발트 기반의 촉매로 여과시킨다. 그러면 저장돼 있던 태양에너지가 원래의 노르보르나딘으로 변하면서 다시 열 형태로 방출되고, 이는 열전(熱電) 발전기에 공급되어 전류를 생성한다. 태양에너지가 노르보르나딘과 쿼드리시클란 화합물을 오가면서 저장되었다가 다시 꺼내 쓰는 방식인 셈이다. 날씨나 시간, 계절, 지리적 위치에 상관없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후 스웨덴 연구팀은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액체 화합물을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의 연구팀에 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스웨덴에서 보내온 액체에 자신들이 개발한 열전 발전기를 연결해 열에너지를 방출시키고 전기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소규모 실험으로 1㎥의 액체에서 1.3W(와트)의 에너지를 얻어냈다. 전기는 소량 생산됐지만 이 결과는 액체 화합물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의 액체 화합물은 2013년 버전에 비해 에너지 변환 효율도 크게 끌어올렸다. 태양에너지를 화학물질 형태로 저장했다가 방출할 수 있다면 발전은 물론 냉난방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하다.

스웨덴 연구팀에 따르면, 열전 발전기는 헤드폰, 스마트 시계 및 스마트폰 같은 전자제품에 통합될 수 있는 초박형 칩이다. 따라서 잠재적으로 배터리와 태양전지로 대체해 밤에도 작동하는 ‘자가 충전’ 전자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액체가 250Wh/㎏의 태양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이는 테슬라의 파워월(powerwall) 배터리보다 2배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라고 말한다. 파워월 베터리는 리튬이온 재생배터리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저장한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11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이들이 개발한 기술이 하루빨리 상용화되길 기대한다.

 

 


태양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액체 MOST 활용 개념도. ⓒphoto 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
 

복사냉각 이용, 밤에도 휴대폰 충전

한편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판샨후이 교수팀은 밤에도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복사냉각 현상을 이용해 밤에도 전기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새로운 방식의 태양전지다. 지난 4월 5일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에 발표된 연구다. 이 연구에서도 핵심 장치로 태양전지에 ‘열전 발전기’를 연결했다.

복사냉각(Radiative Cooling)이란 낮 동안 태양광선으로 데워졌던 지표면이 밤 사이 열에너지를 적외선 형태로 공기 중 또는 대기권 밖으로 내보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물체에서 방출된 복사량이 흡수된 복사량보다 많을 때 그 물체의 온도가 내려가는 상태다. 물체가 흡수한 열기를 외부로 방출해 전기를 쓰지 않고도 온도를 낮추는 원리이기 때문에 보통 무더운 여름철 냉방 시스템에 많이 활용된다. 복사냉각 현상은 구름 한 점 없고 공기가 맑거나 특히 바람이 약한 밤에 지표면 근처에서 더욱 심하게 일어난다.

태양전지도 낮에 흡수한 열기(복사에너지)를 밤에 방출해 주변 공기보다 온도가 낮아진다. 태양전지는 태양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꾼다. 태양전지에 햇빛이 비치면 그 속의 전자가 움직이고 이것이 도선을 따라 흘러간다. 이러한 전자의 흐름(전류)에 의해 전기가 만들어진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집광형 태양전지에 열전 발전기 층을 연결해 대학 건물 옥상에 설치했다. 밤에 방출되는 열을 전기로 만들기 위함이다. 연구팀은 이 태양전지로 밤에 1㎡당 50㎽(밀리와트·0.05와트)의 전기를 만들었다.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에는 발전량이 100㎽까지 많아졌다.

일반 태양전지가 낮에 만들어내는 전기는 얼마나 될까. 1㎡당 100~200W다. 물론 낮에 생산되는 전기량에 비하면 연구팀이 밤에 생산해낸 0.05~1W는 아주 적은 양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나 휴대폰, 각종 센서를 작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24시간, 356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복사냉각 전용의 태양전지로 야간 발전효율을 높이 끌어올려 미래의 에너지 시스템에 중요한 부분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