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3명 중 5명이 부장급인 2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13명 중 8명은 과거 과천사업단이나 과천의왕사업본부에 근무한 경력이 있고 4명은 전북지역본부에서 일했는데 이들 중 한명의 배우자가 과천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을 중심으로 끼리끼리 어울려 정보를 교환하며 땅 투자에 나섰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이유다.
경찰, 'LH 투기 의혹' 본사 등 압수수색 |
9일 LH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 30일부터 작년 2월 27일까지 LH 직원 13명이 12개 필지를 100억원대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흥에선 직원 10명이 8개 필지(1만7천995㎡)를 단독 혹은 공유 형태로 매입했고 광명에선 3명이 4개 필지(8천990㎡)를 사들였다.
이들의 직급을 보면 부장급인 2급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2급은 LH의 실무 인력 중 가장 고참급이다. 소위 조직 내 처장이나 실장 등 '별'을 달기 전 직급인 셈이다.
LH에선 직급별로 1~5급으로 나뉜다. 1급이 처장·실장·본부장·임원 등을 달 수 있는 최고 급수이고 2급은 바로 밑 부장급이다. 3급은 차장, 4급은 과장, 5급은 대리다.
연루자 13명 중 8명은 과거 과천사업단이나 과천의왕사업본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4명은 전북지역본부에서 근무했는데, 이 중에서 1명은 과천사업단에서 근무한 경력자의 배우자다.
결국 모두 과천지역 본부를 매개로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중 일부가 토지보상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이들이 상호 정보를 공유하면서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자에 우루루 달려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능하다.
이들은 대부분 입사 후 30년이 넘어 정년 퇴직을 앞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입사연월이 빠른 이가 1984년에 입사했다. 1989년 입사자는 5명, 1990년은 5명, 나머지 2명은 1992년, 2004년이다.
LH는 과거 1990년을 전후해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인해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LH 내부에선 '한꺼번에 들어왔던 퇴직 직전 고참들이 큰 사고를 쳤다'는 냉소가 나온다.
LH는 현재 정부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8개 신도시 외에 다른 중요 택지도 포함해 11개 지구에 대해 자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명 시흥에서 땅 투기에 연루된 직원 중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직원에 대해선 정직, 해임, 파면 등 인사조치를 추진한다.
내부 직원의 토지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본인과 배우자, 직계비속의 땅거래는 신고를 받는다.
임직원이 사업지 내 토지 등을 소유한 경우 실거주 목적의 보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대토보상이나 이주대책, 생활대책 보상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번에 시흥 광명에서 땅을 산 LH 직원 중 일부는 면적이 1천㎡를 넘기도록 지분을 나눠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대토보상 중 협의양도인택지를 받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협의양도인택지는 말 그대로 토지 수용 과정에서 협의에 잘 응해준 토지주에게 단독주택용지를 감정가 수준으로 우선 공급하는 땅이다.
다른 대토보상 토지는 전매가 공급가격 이하로면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협의양도인택지는 1회에 한해 가격 제한 없이 전매가 가능해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LH는 직원의 투기 의심 사례를 신고받는 '국민 신고포상제도'도 운영한다.
banana@yna.co.kr
[단독] 평균 연봉 1.4억..낙하산 인사들이 만든 '신의 직장'
함종선입력 2021. 02. 18. 12:58수정 2021. 02. 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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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제조합직원 연봉·복지 대한민국 최고수준
국토교통부 출신 '낙하산이사장'들이 연봉 올려
'출근저지' 투쟁하는 직원 달래기 위해 인상카드
낙하산이사장의 '연봉+업무추진비'는 8억 이상
서울 강남구 논현동 5000평 부지에 들어선 건설공제조합 사옥 [함종선 기자]
전국 9280개 건설사 대표들이 최근 청와대·국토교통부·각 정당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건설공제조합에 '낙하산 이사장'들이 내려와 방만경영으로 건설공제조합을 직원 연봉이 과도하게 많은 '신의 직장'으로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이사장을 조합원 중에서 뽑게 해 달라는 내용 등이 탄원서에 담겼다.
건설공제조합은 1963년 건설사들이 출자해 설립했고, 건설공사에 필요한 보증과 건설사에 대한 대출 등의 금융업무를 하는 민간조합이다. 현재 자산은 6조1000억원이고 2019년 매출액은 4518억원,영업이익은 1230억원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따지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27%로 삼성전자(15%)보다도 훨씬 높다. 그런데 건설사들이 주인인 이 알짜 민간조합에 왜 '낙하산 이사장'이 내려오고, '신의 직장'은 또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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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이사장 중 국토교통부 퇴직 관료가 6명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993년부터 2015년까지 20여 년간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자리는 국토교통부 퇴직 관료 차지였다. 조덕규 전 건설부 제2차관보부터 정완대 전 국토해양부 상임위원까지 6명이 거쳐갔다. 이후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5년에는 식품회사인 사조산업 출신의 박승준씨가 이사장에 선임됐다. 현 최영묵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로 참여한 언론인 출신이다.
건설공제조합 역대 이사장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건설공제조합 역대 상임감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익명을 요구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건설사들은 국토부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하기 때문에 공제조합 이사장 자리에 국토부 퇴직 관료가 내려오는 것을 반대하기 어려웠다"며 "국토부 인사를 위한 '황금의자' 였는데, 최근 두 번은 청와대가 그 자리를 뺐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처우가 얼마나 좋길래 황금의자라는 얘기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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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연봉+업무추진비+경조사비'='8억원+@'
중앙일보가 건설공제조합 예산서와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 이사장의 지난해 공식 연봉은 4억3312원이다. 그런데 사용처를 기재하지 않는 업무추진비 등이 연봉보다 훨씬 많다. 항목별로 보면 대외업무비가 1억560만원이고, 업무추진비가 6816만원,그리고 경조사비가 2078만원으로 세 항목을 합해 1억9454만원이다. 그리고 임원들이 공통으로 쓸 수 있는 공통 업무추진비가 3억9256만원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이사장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합할 경우 8억원이 넘는다.
외부 인사가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선임될 때마다 건설공제조합 사옥 1층에는 이에 반대하는 조합노조의 플래카드가 걸렸다. [독자제공]
또 다른 건설사 대표는 "낙하산 이사장 때문에 건설공제조합 임직원의 급여와 복지가 대한민국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1등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눈여겨 봤는데 낙하산 이사장이 취임할 때 마다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항상 '출근 저지'투쟁을 했고, 이후 새 이사장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임단협을 통해 임금을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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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원조 신의 직장' 금융공기업보다 40%많은 직원 연봉
실제 건설공제조합 임직원의 연봉과 복지는 '초특급 신의직장' 수준이다. 건설공제조합 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공제조합 직원(정규직 464명)의 평균 연봉은 1억4260만원으로 추산된다. 결산을 마감한 2019년을 기준으로 할 때는 1억2987만원으로 '원조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산업은행 등의 금융공기업 9개사(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예금보험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건설근로자공제회)의 평균(9329만원/2019년 결산보고서 기준)보다 40% 많다.
주요 금융공기업 일반 정규직 1인 평균 연봉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대해 건설공제조합 김현정 기획본부장은 "올해 직원 연봉이 1억4260만원이라는 것은 예산서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실제 집행되는 것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며 "올해 인턴사원을 뽑을 계획도 있는데 그럴 경우 인턴 인건비는 직원 연봉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공제조합의 2019년 예산서와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집행률(예산대비 실제 돈을 쓴 비율)은 105%로 오히려 계획보다 많이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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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수능축하비,월동보조비,교양훈련비 등 각종 수당
건설공제조합 임직원들은 정기상여금 외에도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자녀수능축하비·승진축하비·월동보조비·주거보조비·휴양소 운영비·자녀 계절캠프비·산전 산후 수당·명절 귀성여비·피복비·교양훈련비 등 항목을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은 대학까지 전액 지원받고, 해외 지점 직원은 자녀 한 명당 매년 4000만원을 따로 받는다.
건설공제조합 사옥에는 임직원만 사용할 수 있는 테니스 코트가 2면 있고 건물 옥상에는 전용 골프연습장도 있다. [함종선 기자]
또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1층에 있는 테니스 코트 2면과 건물 옥상에 있는 실외 골프연습장도 건설공제조합 직원 전용 복지 시설이다. 건설회관 건물에 입주한 일반 회사의 한 직원은 "강남의 노른자 위 땅에 있는 테니스장을 인근 주민이나 건물 입주자들에게 일부 개방하면 참 좋을 텐데 공제조합 임직원들만 독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이 건설공제조합에 대한 건설사 등의 불만이 이어지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최근 건설공제조합 운영방식을 고치기로 했다. 지난해 매출액의 0.3%수준이었던 업무추진비를 2025년까지 매출액의 0.25%수준으로 감축하고, 현재 39개인 지점을 내년까지 7본부 3개 지점으로 줄이기로 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의 한 직원은 "대리인(건설공제조합)이 주인(건설업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의 극단적인 케이스인 것 같다"며 "공제조합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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