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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주절주절,,,,

지난 10년

by 사니조은 2019. 7. 15.



지난 10년 동안의 일을 정리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년이란 2008~2017년 동안의 지난 일들이다.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아서 미룬 작업이기도 하다.


그 시기에 어쩔 수 없는 삶터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아이들에게 이왕이면 큰 물에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울로 가기로 했다.

아이들 교육 환경을 위해 노원을 택했다.

공부 잘하라는 의도가 아니라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으면 하는 의미였다.

그 당시 노원은 강남에 비할 수는 없지만 핫한 이슈의 학원가였다.

그때 큰 아이가 중2였고 작은 아이가 초5였으니 아이들에겐 학창시절의 전부라 할수있다.

예전과 달리 시간은 짧고 배울것은 많기에 독학으로 극복하기 어려움을 알기에 아이들 하고 싶은 만큼 지원해주고 싶었지만 형편은 언제나 그러지 못했다.

나는 이때의 10년의 세월을 내 인생에서 중계동 시절이라 구분해 놓고 있다.


그 중계동 시절,

나에게 40대 중반에서 50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기이기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총알도 없이 전쟁터 나가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작은 불씨를 잘 살려보자,꺼트리면 다시는 기회는 없다는 심정으로 최소 비용을 마련하여 시작한 구멍가게 정도의 작은 사업은 3~4년간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점점 어려워졌다.

사업이란 간과 쓸게를 다 떼어놓고 한다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이란 이것저것 앞뒤 다 재가며 하는 것보다 저돌적이고 단순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 더 적합한 것일 수도 있다.

정직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오직 이득만을 위해 하는 일이다.

질보다는 양,미래보다는 현재의 가치추구,속보다는 겉이 더 중요한 일이다. 

갈등 속에 시간은 지속없이 가고 있었는데 끊는 물에 담겨진 개구리 상황인지도 모르고 좀 더,좀 더. 

지금도 가끔은 이때만이라도 다시 직장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아쉬움,,,후회가 밀려올 때가 많다.

직장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았기에 버티다 결국 더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5년을 보내야만 했다.

2012~2017년의 5년간은 자존심을 다 버리고 그냥 세월 가는 대로,흘러가는 물결에 맡겨두기로 한 세월이었다.


2003년 관악산을 시작으로 산행해서 2006년 백두대간을 시작했다.

직장다닐때는 계속되는 수혈이 있었기에 월급에 맞춰 생활하면서 규칙적으로 대간을 할 수 있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부터는 불규칙해 졌지만 그래도 시간만은 자유로웠다.

경제적으로 더 큰 어려움이 밀려오면서 돈드는 산행을 자제하기 시작한다.

이 때 한남정맥을 시작했다.

한남정맥은 서울 근교이기에 차비만 들이면 가능하기에,,,

그런 방법으로 금북을 했고

더 어려워졌을 때 한북 8지맥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그 당시 마음 기댈 곳이 없던 나에겐 산이 위로가 되어었다.

가만이 있으면 밀려오는 걱정과 근심은 산에 가면 없어지고 희망이 되어 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2012년 부터(?)인가는 점점 옥죄오는 압박에 몸을 망쳐가고 마음도 피폐해져 갔다.

이때 부터는 사람도 피했다.

만나면 돈이니~~~

그 때 만난 사람들에게 오해도 줄 수도 있었겠다.

산에는 가고 싶어지만 돈과 시간,마음의 상태 등이 여의치 않았다.

2012~2017년은 내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세월이다.

길게는 중계동 전체의 세월을 말이다.


그 떄의 경제적인 압박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과 패댕겨친 자존심,,,

그래서 내 인생에 있어 최악의 시절로 기억된다.


그런데 인생이란 참 묘한 것인 것이

그 시절이 그런 고통만 주는 것이 아니고 '내 인생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이 뭔가'라는 철학적 사고를 갖게 해준 시기이기도 했다.

그 때의 깨달음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단순한 인생을 살자,,,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고갱이만 가지고 살자.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아직도 물질적으로 넉넉치 않아도 즐길 수 있는 힘줄이 생겨났다.

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버텨나갈 수 있는 힘줄을 얻게 된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 미안한 아이들도 이젠 큰 아이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작은 아이는 대학 졸업 직전,자기 직장을 얻기 위한 노력 중이다.

각자 그 당시의 어려움을 같이 이겨낸 울 가족에게 무한한 사랑과 존경을 느낀다.

중계동 10년을 마치고 다시 평촌으로 돌아왔다.

예전 그 때의 그 집은 변함은 없었다.

물리적인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 집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져 있었다.

아직도 경제적으로는 중계동의 10년의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아이들도 완전 독립체가 아니어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잘 해나가리라 생각하며 지낸다.


고통은 혼자 오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고통과 기쁨도 인생이 그러하 듯 오래가지 않는다.

고통과 기쁨은 언제나 돌고 도는 것.

일희일비하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힘줄을 키워야 한다.

산행에도 다리 힘빨이 필요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