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중(成大中·1732~1809)이 말했다. "재앙은 입에서 생기고, 근심은 눈에서 생긴다.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긴다.(禍生於口, 憂生於眼, 病生於心, 垢生於面.)" 또 말했다. "내면이 부족한 사람은 그 말이 번다하고, 마음에 주견이 없는 사람은 그 말이 거칠다.(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荒.)"
다시 말했다. "겸손하고 공손한 사람이 자신을 굽히는 것이 자기에게 무슨 손해가 되겠는가?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니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없다. 교만한 사람이 포악하게 구는 것이 자기에게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사람들이 미워하니, 이보다 큰 손해가 없다.(謙恭者屈節, 於己何損. 而人皆悅之, 利莫大焉. 驕傲者暴氣, 於己何益. 而人皆嫉之, 害孰甚焉.)" 또 말했다. "남에게 뻣뻣이 굴면서 남에게는 공손하라 하고, 남에게 야박하게 하면서 남보고는 두터이 하라고 한다. 천하에 이런 이치는 없다. 이를 강요하면 반드시 화가 이른다.(傲於人而責人恭, 薄於人而責人厚, 天下無此理也. 强之禍必至矣.)"
다시 말했다. "나를 찍는 도끼는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다른 사람을 찍었던 도끼다. 나를 치는 몽둥이는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남을 때리던 몽둥이다. 바야흐로 남에게 해를 입힐 때 계책은 교묘하기 짝이 없고, 기미는 비밀스럽지 않음이 없다. 하지만 잠깐 사이에 도리어 저편이 유리하게 되어, 내가 마치 스스로 포박하고 나아가는 형국이 되면, 지혜도 용기도 아무짝에 쓸데가 없다.(伐我之斧非他, 卽我伐人之斧也. 制我之�]非他, 卽我制人之�]也. 方其加諸人也, 計非不巧, 機非不密也. 毫忽之間, 反爲彼利, 而我若自縛以就也, 智勇竝無所施也.)" 또 말했다. "귀해졌다고 교만을 떨고, 힘 좋다고 제멋대로 굴며, 늙었다고 힘이 쪽 빠지고, 궁하다고 초췌해지는 것은 모두 못 배운 사람이다.(貴而驕, 壯而肆, 老而衰, 窮而悴, 皆不學之人也.)"
어찌 해야 할까? 그가 말한다. "청렴하되 각박하지 않고,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 엄격하되 잔인하지 않고, 너그럽되 느슨하지 않는다.(淸而不刻, 和而不蕩, 嚴而不殘, 寬而不弛.)" 또 말한다. "이름은 뒷날을 기다리고, 이익은 남에게 미룬다. 세상을 살아감은 나그네처럼, 벼슬에 있는 것은 손님같이.(名待後日, 利付他人. 在世如旅, 在官如賓.)" 사람이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언제나 행함을 잊어 탈이 된다.
사람이 발을 딛는 것은 몇 치의 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거리인데도 벼랑에서는 엎어지거나 자빠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내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럴까? 곁에 여지(餘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다를 게 없다. 지성스러운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혹 의심을 부른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顔之推)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 중 '명실(名實)'에 나오는 말이다. 여지의 유무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 사람은 여지가 있어야지, 여지가 없으면 못쓴다. 신흠(申欽·1566~1628)이 '휘언(彙言)'에서 말했다. "군자는 늘 소인을 느슨하게 다스린다. 그래서 소인은 틈을 엿보아 다시 일어난다. 소인이 군자를 해치는 것은 무자비하다. 그래서 남김없이 일망타진한다. 쇠미한 세상에서는 소인을 제거하는 자도 소인이다. 한 소인이 물러나면 다른 소인이 나온다. 이기고 지는 것이 모두 소인들뿐이다." 군자의 행동에는 늘 여지가 있고, 소인들은 여지없이 각박하다.
성대중(成大中·1732~1809)이 말한다. "지나치게 청렴한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탐욕으로 몸을 망친다. 너무 조용히 물러나 지내는 사람은 그 자손이 반드시 조급하게 나아가려다가 몸을 망친다." 역시 지나친 것을 경계한 말씀이다. 청렴이 지나쳐 적빈(赤貧)이 되면 청빈(淸貧)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터수에 가족의 희생만 강요하면 후손이 벋나간다. 세속을 떠난 삶이 보기에 아름다워도, 자식은 제가 선택한 길이 아니어서 자꾸 바깥세상을 기웃대다 제 몸을 망치고, 집안의 명성을 깎는다.
내가 옳고 바른데도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 행동이 너무 각박했기 때문이다. 제 입으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늘 조심해야 한다. 그는 자신 확신이 지나쳐 주변 사람을 들볶는다.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고 야단치고, 어째서 이렇게 하느냐고 닦달한다. 여지가 없는 사람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말만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대들고, 사람을 문다. 이렇게 되면 뒷감당이 어렵다. 하물며 그 확신이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폐해를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사는 이야기 >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세설신어] [63] 지언(知言) (0) | 2010.07.24 |
---|---|
[정민의 세설신어] [64] 피지상심(披枝傷心) (0) | 2010.07.24 |
나에게 날개가 있음을,,, (0) | 2009.07.24 |
*왜 사느냐고 묻지 마시게* (0) | 2009.06.13 |
가시나무새 (0) | 2009.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