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공손추가 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내 장점은 말을 알고 내 호연지기를 잘 기르는 것이다."
공손추가 다시 묻는다. "말을 안다는 게 어떤 건가요?" "한쪽으로 치우친 말을 들으면 가려진 것을 알고,
방탕한 말(淫辭)에서 빠져 있음을 알며, 사특한 말(邪辭)을 듣고는 도리를 벗어났음을 알고,
회피하는 말(遁辭)에서 궁함을 알아보는 것이지. 이런 마음이 생겨나 정치를 해치고, 정치에 펴서 일을 망치는 법이다.
성인께서 다시 나오셔도 반드시 내 말에 동의하실 게다."
지언(知言)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 것이다. 누구나 그럴 법하게 보이려고 꾸미고 보탠다.
얼핏 들으면 다 옳은 말이고, 전부 충정에서 나온 얘기다. 안 될 일이 없고 해결 못할 문제가 없다.
찬찬히 보면 다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피사가 있고, 외곬에 빠져 판단을 잃은 음사가 있다.
바른 길을 벗어난 사사가 있고, 궁한 나머지 책임을 벗으려고 돌려막는 둔사가 있다.
이 피음사둔의 반지르르한 말을 잘 간파해서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맹자는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소리장도(笑裏藏刀)', 웃고 있지만 칼을 감췄다.
면종복배(面從腹背), 앞에서는 예예하면서 속으로는 두고 보자 한다.
'구밀복검(口蜜腹劍)', 입은 꿀인데 뱃속에 칼이 들었다.
깐을 두어 간떠보는 말, 달아날 구멍을 준비하는 말, 가장 위해주는 척하면서 뒤통수 치는 말, 양다리 걸치는 말, 이런 것들이 모두 피음사둔의 언어다. 이것을 참말로 알고 따르다간 뒷감당이 안 된다.
이런 상대의 말을 듣고 대번에 그 속내를 알아채는 능력이 지언이다.
아랫사람의 피음사둔에 윗사람이 놀아나면 큰일을 그르친다. 반대의 경우는 제 몸을 해친다.
사람은 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 행간을 잘 살펴야 한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곧이 듣기지 않고, 속내가 궁금하다.
도처에 숨겨진 함정과 그물에 방심하면 자칫 당한다.
말이 갈수록 마구잡이라 피음사둔이 오히려 격조 있게 들릴 때도 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마구 해대는 폭로와 비방, 남에게 책임을 다 떠밀고 저만 살고 보자는 독선,
같이 죽자고 물고 늘어지는 억지. 이게 요즘 정치 언어의 풍경들이다.
맹자의 지언까지 갈 것도 없는 저급한 속물의 언어가 판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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