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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작은 숭례문

by 사니조은 2008.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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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에 '꼬마 숭례문' 있었네
전흥수 대목장, 20년전 10분의 1 크기로 만들어
예산=우정식 기자 jswo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14일 오후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 수덕사에서 3㎞ 정도 산자락을 따라 내려간 농촌 들녘에 웅장한 전통 양식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이란 간판이 붙은 이곳은 전흥수(70) 대목장(大木匠)이 1998년 200억원에 달하는 사재를 털어 고향에 세운 국내 유일의 전통 건축물을 테마로 한 박물관.
▲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최종길 학예실장으로부터 10분의 1로 축소 제작된 숭례문 모형에 대해 설명 듣고 있다. /전재홍 기자 jhjun@chosun.com
전시실 문을 열자,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고건축물 모형을 감상하는 사람들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관람객들 발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국보 1호인 '숭례문' 축소 모형. 불타 사라진 숭례문을 떠올리는 듯 다들 모형 앞에서 눈을 빛내며 유심히 살폈다. 숭례문을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이 모형은 전흥수 대목장이 1988년 제자들과 함께 강원도산 육송을 사용해 4개월간 공들여 만든 작품. 1억5000여만원을 들여 중층 지붕을 가로 3m83㎝, 세로 1m25㎝ 크기로 만든 모형은 오방색 추녀단청에서 액운을 쫓는 지붕의 동물형상까지 예전 숭례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최종길 학예실장은 "설계도를 기초로 정밀 제작한 숭례문 모형으로 유일한 것"이라며 "숭례문을 잃은 국민들에게 다소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연간 관람객은 12만명. 특히 숭례문이 훼손된 후 관람객이 부쩍 늘고 있다. 김명희(여·46) 학예사는 "입장객이 20% 늘었고, 숭례문 모형 소장 여부를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2.16 02:02 / 수정 : 2008.02.16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