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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조국 일가 재판 '8전 8패'

by 사니조은 2021. 6. 9.

조국-정경심 재판, 오는 11일 열려..약 6개월만에 재개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전국학생수호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발간을 규탄하고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검찰의 장난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가 다시 실감한다.”

지난 8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김상연·장용범·마성영 부장판사)는 최 대표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지만, 문제가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인턴십 확인서는 허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됐지만, 최 대표는 끝까지 ‘정치검찰’에 희생당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검찰의 장난질”이라며 “정치 활동에 나선 전직 검찰총장이 과연 얼마나 진실하고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그런 정치활동을 하는지 똑같은 차원에서 면밀한 잣대로 검증해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유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뜬금 없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끌어들였다.

이날 최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조국 일가 관련 재판에서 조국 일가와 관련자들은 ‘8전 8패’를 기록했다.

조국 일가 관련자 중 처음 유죄가 인정된 건 조국 일가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PB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지시를 받고 그의 연구실과 자택의 PC 등을 반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2020년 6월 26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올해 2월 5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부장판사 김예영 이원신 김우정)는 김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는 2020년 6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조 전 장관 가족 중 처음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는 조씨에게 징역 4년 및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조 전 장관 부인인 정 교수와 공모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씨는 올해 1월 29일 열린 2심에서도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 교수도 지난해 12월 23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정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대부분을 유죄로 봤다.

그래픽=정다운

조국 일가 관련 재판은 해를 바꿔서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8일에는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최강욱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지난 1월과 2월에 열린 조범동씨와 김경록씨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똑같이 유죄가 선고됐다.

여덟 번의 재판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지만, 조 전 장관과 최 대표 등 조국 일가 관련자들은 ‘정치검찰의 농간’이라는 프레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 대한 재판은 오는 11일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는 11일 오전 10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이후 반년 만에 재개되는 재판이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부부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을 예정이라 더욱 관심을 모은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뇌물수수 등 비위 혐의를 알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다. 민정수석 재직 당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딸의 장학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21부는 전날 최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다. 같은 재판부가 최 대표 재판에서 이미 “조국 아들의 인턴 활동은 허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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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ON] 조국 동생 웅동학원 비리 항소심 ②

웅동학원 채용 비리와 115억원대 ‘셀프 소송’(배임)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가 26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앞선 1심 징역 1년보다 형량이 3배로 늘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는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걸까요.

먼저 혐의부터 보겠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근로기준법 위반을 추가해 조씨의 혐의는 6개에서 7개(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강제집행면탈·배임수재·업무방해·증거인멸교사·범인도피·근로기준법 위반)로 늘어났습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보자면 ‘웅동학원 상대 위장소송(①)’과 ‘학교법인 웅동학원 채용비리(②)’와 관련된 혐의들입니다.

‘웅동학원 채용비리’ 조국 동생 조권씨 1·2심 주요 판결 비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형량 가른 웅동학원 상대 허위 공사대금 ‘셀프 소송’ 유죄


1·2심의 형량을 가른 건 조씨가 아버지가 이사장이던 사학재단 웅동학원을 상대 위장 소송을 벌인 혐의(①)입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씨는 2006년 10월 10년 전인 1996년 웅동중학교 이전 공사 관련 가짜 하도급 계약서와 채권양도계약서 등을 토대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후 응동학원 측이 대응을 하지 않아 무변론 승소했고 51억원(원금 16억여원과 지연이자)의 채권을 확보합니다. 2017년 채권 소멸시효(10년)가 다가오자 조씨는 재차 소송을 벌였고 채권은 또 이자가 붙어 94억원으로 불어납니다. 조씨가 가족이 운영하는 재단을 상대로 사실상 ‘셀프 소송’을 벌인 겁니다.

셀프 소송의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씨의 부친 고(故) 조변현씨는 웅동중학교 건물을 이전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던 고려종합건설에 신축공사를 발주하는데요. 이때 아들 조씨가 있던 고려시티개발도 하도급 업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조씨 일가는 웅동학원과 고려종합건설 명의로 은행에서 각각 35억원과 10억원을 공사대금을 대출받지만, 절반 이상을 갚지 못해 2006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가압류 소송을 당합니다.

검찰은 캠코의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조씨가 웅동학원을 상대로 두 차례 셀프 소송으로 모두 115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씨가 확보한 웅동학원 채권 94억원과 이를 담보로 사업가 안모씨에게 개인 사업자금 14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학교 부동산이 가압류(채권액 21억원)되게 한 혐의 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연합뉴스

조씨·부친 ‘위조 연습계약서’…부친 2006년 법률상담 메모 함께 나와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김미리)는 지난해 9월 셀프 소송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조씨가 소송을 벌인 공사대금을 허위채권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조씨와 조씨 부친 등이 가압류 신청이 접수된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웅동학원의 손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심 서울고법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우선 조씨의 공사대금 채권을 허위로 판단했습니다. 조씨가 2006년 1차 소송 제시한 2개의 하도급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1996년 원도급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나 웅동학원의 사각형 법인인감과 다르며, 조씨의 사무실에서 조씨와 부친 필적이 적힌 비슷한 내용의 ‘위조 연습계약서’가 발견됐다는 점이 결정적 근거가 됐습니다.

연습계약서는 조씨 아버지가 2006년 10월 캠코 측 가압류소송 관련 법률 상담을 받은 내용을 적은 메모도 같은 파일철에서 나왔습니다. 1996년 공사 당시가 아니라 10년 뒤 허위 계약서 연습용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또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조씨와 조씨 부친이 안씨의 가압류 신청을 알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웅동학원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학교 부동산에 가압류 등기만 된 점을 고려해 특경법상 배임이 아니라 업무상배임미수로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2017년 2차 소송은 2006년 1차 소송의 선행 배임 행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주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면 사후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원칙)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봤습니다.

또 강제집행면탈 혐의에 대해선 캠코가 수용보상금 일부를 수령하지 못한 건 조씨의 2차 소송 때문이 아니라 안씨가 2018년 수령보상금에 대해 채권가압류를 했기 때문이라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김미리 1심 배임수재 무죄→檢 근로기준법위반 추가 기소해 ‘유죄’


조씨는 이외로 2016년~2017년 웅동중 사회교사 지원자 2명에게 조씨가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넘겨주고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②)를 받습니다. 검찰은 1심에서 조씨에게 웅동학원의 교사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배임수재죄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업무방해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조씨가 웅동학원 사무국장이지만 채용 업무를 담당하지는 않아 배임수재죄에서 말하는 ‘사무처리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에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조는 ‘누구든지’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 이익을 얻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법문에서 알 수 있듯 규율 대상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죄를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검찰의 반격이 통한 겁니다.

법원 이미지 그래픽 [중앙포토]


다만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혐의를 두고선 1심과 같은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사무국장’이었던 피고인이 법인의 재산보전 및 관리에 관한 사무만 종사한 사실을 고려하면 조씨가 사회 교사 채용과 관련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업무방해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공범 한 명에 300만원 제공, 필리핀 도피시킨 혐의도 유죄 나와


2심 재판부는 조씨가 채용비리 브로커 2명을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한 명의 도피를 도운 점은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조씨가 웅동중 교사 채용비리 기사에 대응하기 위해 브로커 A씨에게 허위 보도라는 사실확인서를 받고, ‘필리핀으로 출국해 잠잠해질 때까지 한동안 피해 있으라’고 말한 점, 도피 자금으로 3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은 조씨는 이날 법정구속 됐습니다. 하지만 조씨가 향후 판결에 대해 상고할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이 끝난 건 아닙니다. 조씨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향후 [法ON]에서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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