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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朝鮮칼럼 The Column] 농업, 네덜란드처럼 하면 일자리 는다

by 사니조은 2017. 9. 14.

세계 농업 생산 크게 늘었는데 우린 자급자족 정책 고수해
농업 안 키우고 농사만 지어 경쟁력 잃고 패배주의에 빠져
영세 소농 탈피와 대농장화로 수출과 일자리 늘릴 수 있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상 과제를 제조업만으로 해낼 수는 없다. 다 같이 무(無)에서 시작해 세계 최강 제조업을 만들어낸 전략, 전술, 정책을 서비스업에도 적용해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필자는 2001년부터 해왔다. 농업에도 꼭 같은 말을 해야겠다.

농업 경쟁력이 추락한 것은 농업 종사자들이 다른 국민보다 더 게으르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수출 경쟁력을 요구받은 제조업과는 달리 쌀 증산에만 매달려 있게 한 정책의 탓이다. 농업도 돈을 벌고 수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곡물 생산량 통계를 보면 1961년에 쌀, 밀, 옥수수가 모두 2억t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2014년에는 각각 7억4000만t, 7억3000만t, 10억4000만t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제 "식량은 부족하다"는 선입관에 입각한 주곡 자급의 질곡에서 우리 농업을 해방해야 한다.

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품목이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위험에 처해 있는 농업의 살길은 수출뿐이다. '우리 농업은 경쟁력이 없다'는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제조업에서 그랬듯이 처음부터 수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키웠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중국의 농산물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중국의 농산물 수입이 2000년대 중반에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늘더니 지금은 600억달러 대에 이르렀다. 2004년에 이미 농산물 순수입국이 됐다. 가히 폭발적 증가세다. 농축수산물과 식품을 다 합쳐서 이미 10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고 있으며, 현재 순수입액이 300억달러를 상회한다. 바로 지척에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가슴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네덜란드는 경작 면적(185만㏊)이 우리(168만㏊)보다 그다지 크지 않다. 오히려 일조량이 부족하고 인건비도 훨씬 비싸 우리보다 농업 여건이 나쁘다. 그래도 2015년에 857억달러어치 농식품을 수출했고 279억달러 흑자를 냈다. 한마디로 농업 경쟁력이 있다는 것인데 그 핵심은 1920년대부터 추진해온 경작지의 대규모화와 농장 수 감축, 농장 규모 확대다. 평균 경작 면적이 29㏊에 이르게 한 것이다. 우리는 1970년 0.9㏊였던 영농 규모를 확대한다고 노력해왔지만 아직도 1.5㏊에 머무르고 있다. 농업을 하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영세 소농 체제로는 수출 경쟁력 있는 농업을 만들 수 없다.

 

무산된 LG 스마트 바이오 파크 조감도. /새만금개발청 제공
농사가 농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요 예측, 국내외 시장 개척, 품질 제고, 원가 절감, 자금 조달, 기술 개발 등 하나의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역량이 다 필요하다. 제조업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1.5㏊ 자작농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쟁력의 원천인 분업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족한 역량을 농협과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보완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 성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해외의 대규모 농산물 수요자는 품질과 물량, 가격 등에서 확실한 보장을 원하는데 뿔뿔이 흩어진 수많은 농가에서 수집하는 방식으로는 이를 충족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 지금까지 이 일을 해본 사람들의 진단이다. 뭐니뭐니해도 단일한 대규모 경영체를 키워내는 것이 첩경이다.

농가가 뭉치고 농협이 도와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이것은 시간이 너무 걸린다. 또 예컨대 30㏊ 농기업을 하나 만들어냈을 때 그 경작에 20명이나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금 노동자로 전락한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농가의 의식도 문제다. 자연재해라든가 풍흉(凶)으로 인한 가격 등락 등 농업이 피할 수 없는 여러 리스크에서 해방돼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이렇게 볼 때 LG CNS가 전량 수출을 전제로 외국 자본과 기술, 유통회사까지 끌어들여 새만금 간척지에 3800억원, 23만평(76.2㏊) 규모 스마트 바이오 파크를 만들려고 한 계획이 무산된 것은 애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수출할 수 있는 농업이 가능하고 농업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를 주었어야 한다. 개발연대에 제조업을 일으킬 때 우리가 했던 일을 생각한다면 나라가 종용이라도 해야 했을 일인데 자발적으로 해보겠다니 얼마나 가상한가? 대기업이 하지 못하면 나라가 나서서라도 해야 할 사업이 아닌가? 우리가 포스코를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상기하라. 지금까지 못하던 일을 해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아무것도 안 바꾸면 아무것도 안 바뀐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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