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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세상이야기

나도 궁금했었는데,,,,국민연금은 고양이에게 맡겨진 생선.

by 사니조은 2012. 11. 28.

국민연금을 털어 주식시장을 띄우자는 주장이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다가오니까 좀 더 적극적인 운용으로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이 너무 낮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시장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유일한 구원투수는 국민연금 밖에 없다는 절박한 요청도 쏟아지고 있다.

매일경제는 28일 “국민연금 세계 3위, 주식투자 비중 24% ‘꼴찌’ 수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는 24.5%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운용 수익을 높여 연금 재정을 안정화시키는 일을 더 늦춰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을 외국인들이 쥐락펴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조선비즈는 27일 “믿을 건 연기금… 11월 1000억원대 순매수 세 차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을 한 달여 앞두고 연기금의 매수 여력이 아직 충분하기 때문에 연기금이 추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 주식 투자 비중 목표치가 19.3%인데 아직 이를 다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까지 국민연금의 추가 매수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 11월28일 6면

그러나 이들 신문들은 세계적으로 연금과 기금들이 주식 비중을 줄이는 추세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9일 “주식 숭배(Cult of Equity)의 시대가 끝났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가장 뛰어난 투자 수단이라는 지난 20세기의 경험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세계 연기금들의 운용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61%에서 지난해 41%로 크게 줄어들었다.

영국에서는 6000여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이 자산의 43%를 채권, 38%를 주식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채권 비중이 주식 비중을 앞지른 것은 5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상대적으로 주식투자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추세에 역행한다.

   
"주식 숭배의 시대가 끝났다"는 파이낸셜타임즈 기사. 11월19일 온라인판.

한편에서는 “국민연금의 퇴장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 김홍식 과장은 지난 13일 한 세미나에서 “국민연금 수지적자가 발생하는 2044년께부터 자산의 현금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국민연금이 매도하는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투자자가 없을 경우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언젠가 주식을 내다 팔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민연금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큰 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중에서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47개나 된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어항 속의 고래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손을 대는 종목마다 주가가 확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공개하는 수익률도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주식을 팔게 되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등의 바람과 달리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주식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9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비중은 18.2%, 최근 두 달 동안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인 19.3%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식 비중 목표치를 늘리지 않는 이상 추가 매입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외국 보다 주식 비중이 낮으니 주식을 더 사야 한다는 주장은 상식 이하의 발상”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주식 비중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상승 추세가 확인된 다음에 사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2007년에도 주식 비중을 높이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그때도 들어갔으면 크게 손실을 볼 뻔 했다”면서 “국민연금을 동원해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홍 소장은 “경제지들은 늘 국민연금이 고갈될 거라고 엄포를 놓는데 근본적인 해법은 지금의 적립식 방식을 부과식 조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조금씩 올려서 다음 세대들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홍 소장은 “국민연금은 이미 거대한 공룡이 됐다”면서 “수익률을 올려서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