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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정보/산행정보

'백두대간 국가등산로

by 사니조은 2008. 7. 14.
 
[백두대간 정책 해부(1)] 가이드가 안내하는 '백두대간 국가등산로' 등장
입산예약제·자연휴식년제 도입하고 험로 폐쇄 등 ‘통제’ 우선

산림청(청장 서승진)은 지난 1월 ‘효율적인 국가등산로 지정?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백두대간과 정맥에 국가등산로를 지정하여 일부 구간은 삼림청이 인증한 가이드의 동행 없이는 출입을 금지하고, 지정등산로 외의 등산로를 폐쇄하겠다’며 ‘자연휴식년제, 입산예약제, 인원제한제를 도입해 등산로의 자연훼손을 막겠다’고 밝혔다.


국가등산로 지정사업이란 ‘쾌적한 산림휴양 서비스 제공’과 ‘백두대간 보호’를 목적으로 산림청이 올해부터 2017년까지 2,390억 원을 투자, 시행할 ‘11개년 등산지원 기본계획’에 따른 것으로서, 2005년 8월4일 제정한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 주기로 세우는 국가계획이다. 또한 2003년 12월31일 제정한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역시 보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는 백두대간 보호사업에 근거하고 있다. 2개의 법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 중 등산 부문만 전담할, 산림청 산림이용본부 등산정책팀(팀장 박은식)은 등산로 지정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등산로는 관리 주체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하는데,  ‘국가등산로’를 산림청이, ‘지방등산로’를 광역단체장이, ‘지역등산로’를 기초자치단체가 맡는다. 국가등산로는 백두대간 684km와 9개 정맥 2,080km로서 총 2,764km다. 이용형태에 따라 일반등산로, 관찰등산로, 종주등산로, 산책등산로로 분류하며, 보행 난이도에 따라 1급, 2급, 3급으로 나뉜다.


등산로별로 위험도와 훼손 정도를 조사해 험한 등산로와 접근로를 폐쇄하고, 휴식년제 코스를 선정하여 일정기간 통제하며, 폐쇄 코스나 휴식년제 코스를 입산하는 자에게는 벌금을 물려 강력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등산로별 수용가능 인원을 산출한다. 그래서 또한 많이 몰리는 등산로에는 입산예약제를 시행해 일정 인원만 입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주5일제 근무로 백두대간에 등산객들이 몰려 등산로가 훼손되고 또한 등산 경험이 적은 등산객들이 위험코스를 찾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산림청은 해결책으로 등산가이드란 카드를 내밀었다. 즉 난이도가 높고 훼손이 심한 코스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시키는데 다만 산림청이 인증한 가이드를 동행케 하여 출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가이드는 1급, 2급, 3급을 구분하여 인증해줄 계획이다.



가이드인증제도에 한국산악회·대산련도 참여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제7조(교육프로그램 인증 등) 제②항은 ‘등산가이드 교육과정을 개설·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산림청장에게 인증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며, 제③항은 ‘산림청장은 인증기준에 적합한 경우 인증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인증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 등산가이드 교육과정을 신청한 민간단체는 한국산악회와 한국등산연합중앙회다. 대한산악연맹은 서류를 준비 중이며 조만간 신청하는데, 이미 ‘등산가이드 공인자격제도’를 지난해 1기를 시행하여 40여 명을 배출했다. 


한국산악회와 대산련은 전문 산악단체다. 반면 한국등산연합중앙회는 등산안내를 통해 영업이익을 취하는 영리 가이드단체다. 안내영업을 하는 단체는 이외에도 한국등산중앙연합회와 등산문화중앙회가 있는데, 이들도 등산가이드 교육과정을 신청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격인 전문산악단체 2개와 영업가이드등산회 3개가 등산가이드 교육과정을 인증 받으려 하고 있다. 등산정책팀 박은식 팀장은 “가이드영업하는 단체들을 산림청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악회와 한국등산연합중앙회는 산림청 등록단체로서 산림청의 예산지원도 받고 있다. 이에 질세라 한국등산중앙연합회와 등산문화중앙회는 최근 2개 단체를 합쳐 1개 단체로서 산림청에 등록하려 하고 있다. 주말이면 산을 찾는다는 김평필씨(47·인천 부개동)는 등산가이드 영업단체라면 지자체 영업과에 등록해야지 산림정책을 수행하는 산림청에 등록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집행할 예산은 등산로 실태조사에 63억8천만 원, 등산로 정비 36억3천만 원, 등산안내소 신축 2억 원, 등산교육 2억 원, 등산문화진흥에 3억7천만 원이다.


현재 국립공원은 자연휴식년제, 비지정등산로 등의 이유로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등산인들은 공원관리소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드나들거나 들켜 사정하거나 벌금을 물리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게다가 올해부터 무료입장으로 변하면서 남아도는 공단 약 400명의 인력을 단속에 내보내고 있어 등산인들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등산가이드 교육과정제도는 백두대간을 통제하는 데 따른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수단이다. 위험코스와 훼손코스를 가이드가 안내하고 있다고 둘러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립공원 구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산지가 국립공원처럼 통제 하에 놓이게 되어 등산인들의 등산활동에 심한 제약을 가져오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통제의 빌미를 주는 등산가이드 교육과정에 불나비처럼 서로 다투다시피 달려들고 있다.  

 

백두대간 정책 해부(1)] 가이드가 안내하는 '백두대간 국가등산로' 등장

입산예약제·자연휴식년제 도입하고 험로 폐쇄 등 ‘통제’ 우선

산림청, 10년전에도 백두대간등산로 개설시도


10년 전인 1997년에 산림청은 ‘백두대간 등산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었다. 지금은 주5일 근무제로 등산인들이 늘었는데, 그 당시는 백두대간이란 용어가 국민들에게 알려져 백두대간 종주가 늘기 시작한 때다. 10년 전과 지금의 계획을 비교해 보자. 험난한 곳은 메우거나 깎아 걷기 쉽게 만들어 노인이나 어린이도 누구나 쉽게 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같다. 그런데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있다.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등산통제’가 추가됐다.


10년 전 산림청이 계획을 발표하자 한국 산악계가 다투다시피 동조했다. 그래서 산악단체 대표들은 산림청 헬기를 타고 백두대간 상공을 날며 공중시찰까지 했다. 환경단체도 앞장섰다. 녹색연합은 산림청에 3개월간 백두대간 자료를 제공해주고 함께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나서 녹색연합은 산림청의 예산을 지원받고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2개월 여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대피소, 휴게소, 접근로, 주차장을 개설할 장소를 물색했으며, 종주 후에는 보고서를 산림청에 제출했다. 그러다 백두대간 훼손이라는 여론이 일자 산림청은 슬그머니 계획을 접었으며, 산악계와 녹색연합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꽁지를 내렸다.


이제 다시 산악계와 가이드영업 산악회가 산림청이 인증하는 등산가이드 교육과정에 참여하려 하고 있다. 결국 국가등산로, 지방등산로와 전국의 산지를 통제의 권역으로 인정해주는 셈이다.
등산에서 가이드등산이 필요한 것일까? 한국산악회 부회장 최선웅씨는 “등산 초기에는 유럽 알프스 몽블랑도 가이드를 대동하고 초등했다. 알피니즘 발전과정에서 가이드가 필요했으나 이제는 히말라야도 가이드리스 등산이 점차 등산가치를 내고 있으며, 고난도의 벽등반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의 인증심사위원회를 거치고 산림청장이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자격증제도가 필요한가? 한국의 산악지형이 그리 험한 것도 아니요, 더구나 등산은 며칠만의 수강으로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교양과정 이수증’이면 충분하다.



‘교양과정 이수증’으로 바꿔야


국립공원에서 시행중인 ‘사기극’인 휴식년제를 도입하고 폐쇄해야 할 임도를 활용하겠다는 발상, 급경사길은 개량해서 노인도 아이도 부녀자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 그리고 데크계단, 통나무계단, 돌계단 등 인공계단을 정리가 잘 된 등산로 모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인공 산줄기가 아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이 만든 자연이다. 그 자연에 생기는 길도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등산로가 만들어진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등산로를 지정할 일이 아니다. 
산림청 직제를 보면 산림휴양정책팀, 산림환경보호팀, 산지정책팀, 산지보전팀, 국유림관리팀, 백두대간보전팀 등 관련 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등산지원팀’이 새로 생겼다. 그동안 산림청은 벌거숭이 산에 식목정책을 수행해왔으나 나무가 자랐고 더구나 해외에서 목재를 수입하는 바람에 산림정책에서 나무심기 등의 사업은 필요가치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일거리를 찾느라 별의별 궁리 끝에 국가등산로라는 희귀한 아이디어를 찾아내 팀을 하나 더 만든 모양이다. 아마도 고속도, 국도, 지방도라 부르는 차도에서 발상한 모양인데,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발상이다. 사업내용도 여기저기서 모아다 전시한 느낌이다.


백두대간은 자연이다. 가이드 없는 등산이 자연탐험의 가치가 크다. 등산로를 인위적으로 지정하는 것 또한 자연에 역행하는 일이다. 백두대간을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장오 아름다운산하(전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